[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쿠팡의 자체 브랜드(PB) 상품 부당 우대 의혹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전원회의 심의 결과에 유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의혹의 사실관계를 두고 공정위와 쿠팡의 입장이 팽팽하게 엇갈려 결과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업계는 심의 결과가 대부분의 온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이 운영하는 PB 판매 관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29일 해당 사안에 대한 전원회의 심의를 진행한다.

안건의 핵심은 쿠팡이 상품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정해 직매입 상품과 PB 상품의 검색 순위를 상위에 고정 노출했는지 여부다.

쿠팡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사이트에서 상품을 검색하면 기본적으로 ‘쿠팡 랭킹순’으로 정렬된 검색 결과가 나온다.

랭킹은 판매 실적과 고객 선호도, 상품 경쟁력, 검색 정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고 쿠팡은 줄곧 설명했다.

반면 공정위는 쿠팡이 이런 기준과 무관하게 자사 PB 상품이 랭킹 상위에 올라가도록 알고리즘을 변경한 것으로 의심한다.

이미 공지한 기준과 달리 자의적으로 알고리즘을 운영했다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한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행위’에 해당한다고 것이 공정위 입장이다.

하지만 쿠팡 측은 랭킹의 알고리즘 조정·변경은 없었다고 반박한다. 해당 알고리즘은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 고객이 찾는 상품을 먼저 보여주도록 설계됐는데 공정위가 이를 조작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쿠팡은 또 공개된 기준 외에 고객 편의와 만족도 향상을 위한 추가 요소가 수시로 반영될 수 있다고 안내하는 등 알고리즘 운영 방식을 충분히 설명한 만큼 소비자 기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쿠팡이 PB 상품 출시와 동시에 임직원을 동원해 구매 후기를 조직적으로 작성·관리해 해당 상품을 검색 순위 상위에 노출하도록 했다는 의혹도 심사 대상이다.

특히 쿠팡은 심의 내용과 별개로 온라인 플랫폼 검색 순위를 규제하려는 데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소비자 동선과 판매 전략을 기반으로 상품을 진열하는 대형마트 등의 오프라인 플랫폼처럼 온라인에서는 검색 순위가 플랫폼 고유의 진열 방식인데 이를 규제하는 것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본질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쿠팡은 주장했다.

쿠팡 관계자는 “유통업체 상품 검색 결과에 기계적인 중립성을 강제한다면 소비자는 원하는 상품을 찾기 어렵게 되고 신규 업체의 시장 진입과 중소업체의 판매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통업계는 이번 심사 결과가 각 업체가 보유한 PB 영업 관행 자체에 대한 논란으로 번질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대형마트의 경우 이마트는 ‘피코크’와 ‘노브랜드’,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시그니처’와 ‘심플러스’, 롯데마트는 ‘요리하다’와 ‘오늘 좋은’ 등의 PB를 운영하며 고객들의 손길이 잘 닿는 곳에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이커머스에서도 가정간편식(HMR)과 밀키트,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PB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업체들은 통상 PB 상품만 모은 별도의 카테고리를 만들어 관리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고물가 속에 뛰어난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를 내세워 입지를 넓혀가는 PB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공정위는 일반 PB 상품을 규제할 의도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는 PB 상품 개발·판매 등을 금지해 물가 부담을 가중하는 규제가 아니다”며 “오히려 소비자들이 저렴하고 품질이 우수한 상품을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소비자를 속이는 불공정한 행위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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