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부정적인 생각을 지우는 게 중요하다.”

배상문(38·키움증권)이 ‘메기’가 됐다. 내친김에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10승 클럽에 가입할 태세다. 자신도 “선두경쟁을 하니 설렘과 긴장, 불안이 교차한다. 동료들도 응원을 많이 해줬다. 아직 사흘 더 남았지만, 욕심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배상문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말에 식지 않는 열정이 묻어났다.

배상문은 20일 충남 천안에 있는 우정힐스 컨트리클럽(파71)에서 막을 올린 코오롱 제66회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4억원) 1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바꿔 4타를 줄였다. 리더보드 최상단에 이름을 올려 기대감을 키웠다.

2008년 한국오픈 우승을 따낸 뒤 2009년 타이틀방어에 성공했다. 15년 만의 우승도전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한국오픈을 포함해 상금규모가 큰 대회에서 7승을 따내 ‘빅게임 골퍼’로 불리는데, 난도 높은 한국오픈 코스를 어떻게 공략할지 관심이 쏠린다.

2주전 KPGA 선수권대회에서 공동 2위를 차지하며 재기 신호탄을 쏜 그는 “컨디션이 좋다. 그린이 너무 어려운 곳이어서 매우 긴장해야 하지만, 모처럼 선두권에서 경쟁하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선수권대회 호성적은 자신감과 과제를 동시에 안겼다. 그는 “KPGA 선수권대회가 굉장한 전환점이 됐다. 좋은 성적을 낸 뒤 훈련을 많이 했다. 특히 퍼팅이 아쉬웠는데,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클러치 퍼팅이 한두 개씩은 나와야 한다. 상승세를 탈 때 중장거리 퍼팅을 성공하면, 기세가 오른다. 오늘(20일)은 한 홀을 제외하고는 괜찮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신 아이언 샷이 마음에 들지 않아 더 훈련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우정힐스 그린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비슷한 난도다. 배상문은 “그린스피드는 PGA투어 평균보다 빠른 것 같다”며 “오르막 퍼팅이 대단히 중요한 곳이다. 원하는 곳에 볼을 세워야하므로 티샷과 아이언샷 정확도가 모두 요구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골프는 컨디션이 좋다고 우승하는 게 아니다. 운도 따라야 하고, 상대성적도 고려해야 한다. 2014년 이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배상문은 “훈련을 게을리하거나 골프에 소홀한적은 한순간도 없다. 모든 노력이 성적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므로 스스로 골프를 미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긍정적인 마인드가 생겼고, 골프가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산뜻하게 출발한 이번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면 그의 선수생활에도 큰 터닝포인트가 된다. “스코어나 이번주 성적이 내 기량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겠지만, 마음먹은 대로 플레이하면 자신감이 커질 것 같다. KPGA선수권대회 때처럼 만족하는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기대했다.

5월 열린 SK텔레콤 오픈에서 최경주(54·SK텔레콤)가 우승하는 장면이 큰 동기부여가 됐다는 그는 “최경주 선배의 식지 않는 열정은 존경할 수밖에 없고, 본받아야 할 점”이라며 “도전에 관한 상징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우승 욕심을 대신했다.

‘배상문은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당분간 PGA투어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그는 “7월 ISCO챔피언십 참가가 유력하므로, 이번대회가 끝나면 PGA투어 복귀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느리게 흐르던 배상문의 시간이 정상속도를 회복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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