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 기자] 즉각적인 사과와 환불조치. 그야말로 ‘사과의 정석’이었다. 25년차 밴드다운 정면돌파였다.

‘고액 가입비’ 논란을 빚은 밴드 넬이 팬들과 소통을 통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했다. 넬은 ‘고액가입비’ 논란이 생긴 원인과 관련, 기획단계의 실수를 인정했고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누구의 탓도 하지 않고 오롯이 모든 책임을 자신들이 졌다.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가입비와 관련한 불만을 쏟아냈던 팬들도 넬의 진심어린 사과에 누그러진 모습이다.

앞서 넬은 지난 22일 오후 8시 팬소통 전용 앱 ‘넬스룸’을 오픈했다. 보컬 김종완은 “글로 의사를 전달하면 왜곡되는 경우가 많아서 팬들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앱을 기획하게 됐다”며 “그간 팬들 사이에서 ‘선예매’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고 콘서트 티켓 암표 방지를 위해 앱을 오픈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일반 회원의 멤버십 비용은 월 3만 8000원. 프리미엄은 연간 41만 8000원에 달했다. 가입 혜택은 ‘미트 앤 그리트’ 추첨(연3회), ‘콘서트 선예매’(국내 공연 좌석 중 80%), 풀영상 시청·온라인 음감회 자유 시청·MD상품 선주문 혜택·넬 멤버들과의 프라이빗 메신저 기능 등이다.

K팝 아이돌 그룹의 연간 멤버십 비용과 맞먹는 월간 멤버십 비용에 넬의 오랜 팬들은 격한 불만을 쏟아냈다.

특히 암표 방지를 위한 콘서트 선예매 제도가 무려 80%에 달하는 사실에 분노했다. 연간 41만 8000원을 들이지 않으면 남은 20%의 좌석을 놓고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의 준말)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일부 팬들은 “오래된 밴드지만 새로운 팬층도 유입되어야 하는데 앱 가입 팬들만 만나야 한다는 말인가, ‘라이트 팬’은 팬도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팬들의 불만을 접수한 넬은 23일 보컬 김종완의 SNS계정에서 진행된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진심어린 사과의 마음을 전했다.

김종완은 “앱이라는 걸 처음 기획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우리가 세상 물정을 몰랐다”고 인정하며 “암표상 방지가 제1의 목표였다. 멤버십 가격을 1~2만원대로 낮추면 암표상을 잡을 수 없고, 유지비용, 콘텐츠 제작 등을 고려해 비용을 산정했는데 너무 단순하게 책정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선예매와 관련해서도 “미처 깊게 생각하지 못한 점,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다시 한 번 사과했다.

넬은 앱을 무료 베타버전으로 운영할 계획이며 이미 가입한 팬들의 가입비는 즉각 환불한다는 방침이다. 선예매와 관련해서도 팬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김종완은 “다각도에서 깊이 생각하지 못해 죄송하다. 이미 준비된 콘텐츠는 무료로 보여드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넬의 진심어린 사과에 팬들은 “진정성이 느껴졌다”, “서운했던 마음이 사라졌다”, “팬들 의견을 귀담아 듣고 빠르게 대처해줘서 고맙다”며 힘든 결정을 내린 밴드에 지지를 보냈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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