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연장의 여왕’ 다웠다. 끝까지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경쟁을 함께한 동료마저 환한 미소로 물세례에 동참했다. ‘큐티풀’ 박현경(24·한국토지신탁)이 2000년대생 최초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2주 연속 우승을 따냈다. 연속 우승을 모두 연장에서 따낸 건 KLPGA투어 역사에서 박현경이 처음이다.

2주연속 우승은 2022년 10월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과 11월 에쓰오일 챔피언십을 연거푸 제패한 이소미 이후 1년 7개월여 만이다.

박현경은 30일 강원도 용평에 있는 버치힐 컨트리클럽(파72·6435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맥콜·모나 용평 오픈(총상금 8억원)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바꿔 3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03타로 최예림(25·대보건설)과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18번홀(파5)에서 연장전을 치렀고, 깔끔한 버디로 우승을 확정했다. 시즌 3승이자 통산 7승째. 박현경은 “선수생활에 2주 연속 우승이라는 기록을 남길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 기적처럼 좋은 선물을 받아 감사한 하루”라며 밝게 웃었다.

실제로 두 차례 행운이 따른 게 우승 동력이 됐다. 정규라운드 마지막 티샷이 우측으로 살짝 밀려 코스 밖으로 나갈 뻔했는데, 카트 도로 우측 나무에 맞고 필드 인했다. 버디 기회를 잡았지만 파로 마무리했는데, 티샷이 아웃오브 바운드됐더라면 우승컵을 넘겨줄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재미있는 건 같은 홀에서 치른 첫 번째 연장에서도 같은 장면을 반복한 점이다. 티샷이 또 우측으로 살짝 밀렸는데, 또 나무를 맞고 코스 안 러프지역에 떨어졌다.

파5홀이었으므로 두 번째 샷으로 페어웨이를 지킨 뒤 그린을 공략했고, 홀 우측 5.2m지점에서 한 버디 퍼트가 빨려들어가자 오른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박현경은 “18번홀은 티샷을 카트 도로쪽으로 보고 한다. 두 번 다 생각한 것보다 밀렸는데, 행운처럼 (코스) 안쪽으로 들어온 덕분에 타수를 잃지 않았다. 그래서 연장까지 갈 수 있었고, 같은 행운이 이어져 우승까지 했다. 생각지도 못하게 상반기에만 3승을 해 어리둥절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통산 3승을 따낸 뒤 준우승만 아홉차례 하는 등 마음고생이 심했던 그는 “시즌 3승째를 따내는 순간 준우승 많이했을 때가 생각나더라. 심리적으로 정말 힘들었는데, 이겨내기 위한 노력이 쌓여서 빛을 보는 것 같다”고 자신을 토닥였다.

2021년 5월 크리스 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909일 동안 승 수를 추가하지 못하던 박현경은 지난해 10월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910일 만에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당시 우승도 연장전에서 이소영을 제치고 따냈는데, 생애 첫 2주연속 우승도 연장전으로 장식했다. 통산 다섯 차례 연장에서 4승을 따내 ‘연장의 여왕’이라는 별칭이 따라붙었다.

이번 대회 2라운드에서는 6연속홀 버디 행진을 이어가는 등 물오른 퍼팅 감각을 과시했다. 박현경은 “지난해보다 한클럽 짧은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한 덕분”이라고 비결을 공개했다. 아이언 클럽은 짧을수록 정교하다. 거꾸로 말하면 티샷을 멀리 보내야 짧은 아이언 클럽으로 그린을 공략할 수 있다.

박현경은 “6주간 치른 동계훈련 때 매일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훈련을 거듭했다. 무거운 중량으로 웨이트트레이닝도 많이했고, 데이터로 목표치를 설정한 뒤 뛰어넘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몸이 부서질만큼 드라이버를 쳤다”면서 “덕분에 체력도향상되고, 히팅 능력이 좋아진 게 비거리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평균 5m가량 증가했는데, 아이언을 한 클럽 작은 것으로 선택할 만한 거리”라고 설명했다.

우승을 눈앞에 두고 주저앉기를 반복하는 사이 멘탈도 단단해졌다. 단독 선두로 나선 최종라운드에서 세 번째 홀(파5) 만에 보기를 범했는데 “슈퍼 미스로 한 보기여서 변명의 여지가 없더라. 2라운드 때와 마찬가지로 ‘이 보기는 약이 될 것’이라고 마인드 컨트롤한 게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밝혔다. 보기 후 5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아 바운스 백에 성공한 뒤 전반에 2타를 더 줄여 우승 발판을 마련했다.

2주연속 연장을 치르면서도 우승을 놓치지 않은 박현경은 “상반기 3승은 생각지도 못한 성적이다. 시즌 목표를 차근차근 다시 세워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올해 목표 중 하나가 메이저 대회 우승이다. 하반기에 치를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해 ‘메이저 퀸’ 지위를 되찾고 싶다”고 강조했다. ‘큐티풀’이 어느새 KLPGA투어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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