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지난해보다 그린 적중률이 현저히 좋아졌어요. 적중률이 높으니 기회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는 거죠!”
당연한 얘기같지만, 생각해 볼 만한 얘기다. 올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3승을 따낸 박현경(24·한국토지신탁)은 비거리 증가와 퍼팅 성공률 향상 연관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린 적중률이 높아져서 (버디) 기회를 더 많이 만든 탓에 버디를 놓치는 빈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는 게 박현경의 설명.
레크리에이션 골퍼 중에는 ‘비거리 향상’이 인생 목표인 사람이 있다. “백돌이어도 좋으니 드라이버 샷으로 300야드 한 번 날려봤으면 좋겠다”는 남성 골프 애호가가 생각보다 많다. 엘리트 골프 선수뿐만 아니라 이른바 ‘레슨프로’들도 “드라이버 샷으로 평균 300야드를 보내려면 일정부분 타고나야 하는 요소가 있다. 힘뿐만 아니라 유연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하루 10시간씩 훈련해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박현경의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36.2야드다. 그는 “동계훈련 때 6주간 강도높은 훈련을 통해 5m가량 드라이버 비거리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올해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를 살펴봤더니 241.08야드다. 230대에서 240대로 상승했고, 그의 말처럼 5m가량 증가했다. “한계를 뛰어넘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웨이트트레이닝과 드라이버 샷을 정말 많이했다”고 말한 박현경의 말이 데이터상으로도 드러난 셈이다.
재미있는 점은 올해를 포함한 그린 적중률이 72.3%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10번 중 7번 그린에 볼을 올리는 게 대단하지 않으냐고 반문할 수도 있는데, 그린적중률 72.3%라면 평범한 수준이다. 그런데 올해만 떼 놓고 보면 그린적중률이 무려 77.78%다. 0.5도 아닌 5%가량 증가한 수치다. 평균 적중률이 72%대에서 78%대로 상승한 건 허투루 넘길 만한 수치가 아니다. 오히려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평가하는 게 합리적이다.
박현경은 “드라이버 비거리가 평균 5m가량 증가한 건 아이언 클럽을 하나 더 짧게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티샷 후 160m가 남아 7번 아이언을 잡던 선수가 155m를 남겨두고 8번 아이언을 잡는다는 얘기다. 7번과 8번의 차이일뿐이지만, 로프트각이나 샤프트 길이가 다르므로, 샷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4번 아이언과 9번 아이언은 탄도와 방향성, 무엇보다 정확도 면에서 차이날 수밖에 없다. 4번보다 9번이 훨씬 정교한 건 ‘백돌이’어도 안다.
때문에 ‘볼이 코스를 이탈하더라도 300야드를 보내고 싶다’는 레크리에이션 골퍼의 바람은 하나만 아는 경우다. 아이언 샷 정확도가 최소 70%는 돼야 티샷 비거리가 스코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다. 골프는 퍼터로 홀인해야 끝나는 종목이므로 ‘비거리만 큰 사람’보다는 100m이내 숏게임에 능한 사람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통산 다섯 차례 연장에서 네 번 우승을 따내 ‘연장의 여왕’으로 등극한 박현경도 아이언 정확도가 뒷받침됐으므로 비거리 향상 효과를 누렸다. 비거리에 집착하는 것보다 홀에 얼마나 가까이 붙이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가 ‘큐티풀’의 우승으로 증명됐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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