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한국 미용·성형 및 에스테틱은 전 세계적 인기다. 특히 K-성형이라는 수식어를 앞세워 ‘성형 패키지’로 외국인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오직 성형을 위한 관광객을 유치해 서울 강남역 일대를 ‘성형거리’로 변화시켰다.
강남구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는 18만5559명으로 전년 대비 209% 증가했다. 가장 많이 찾은 진료과목은 피부과(48.2%)와 성형외과(22.7%)였다. 강남구는 강남의료관광사업에 있어 역대 최다 유치 실적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K-뷰티가 성황을 이루면서 해외 파견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태국·방콕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미용·성형 관련 학회인 ‘임카스 아시아’에는 참가 기업 110곳 중 절반에 가까운 45곳이 한국 기업이었다. 이들은 레이저 시술 장비 등 신제품과 피부과·성형외과 관련 의료진들의 각종 시술 및 효과를 소개했다.
이러한 인기를 악용해 동남아시아 등 현지에서 원정 진료 수익을 은닉한 혐의가 포착돼 국세청이 착수에 나섰다.
국세청은 역외탈세 혐의자 41명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일 밝혔다. 이중 해외 원정 진료 및 현지법인을 이용한 탈세 혐의자는 13명이며, 피부과·성형외과는 의사는 4~5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 ATM 이용해 수백회 넣고 또 넣고…탈세 위한 국적 변경도 불사
이들은 해외 원정 진료를 현지 병원 세미나 등으로 가장해 관련 매출의 일부 또는 전체를 누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부는 해외 원정 진료 대가를 법정 통화 대신 추적이 어려운 가상자산으로 수취한 후 차명계좌를 통해 국내로 반입했다.
성형외과 의사 A는 국내 성형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동남아로 눈길을 돌려 해외 원정 진료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러나 이를 해외 진료가 아닌 ‘현지’ 병원 세미나로 위장하고 성형시술비를 가상자산으로 챙기는 수법으로 등으로 공식 매출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A는 수차례 가상자산을 국내 거래소에 매각하고 외국인 차명계좌를 이용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수백회에 걸쳐 현금을 인출했다. 그리고 본인 명의 계좌로 다시 수백회 현금을 입금했다.
이렇게 자금을 세탁할 수 있었던 건 A씨가 특수관계법인에 외국인 환자 유치 용역을 넘겨 과다한 수수료를 지불하는 수법으로 소득세를 탈루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은닉 가상자산이 국내에서 인출되는 과정에서 당국에 이상 거래 혐의가 덜미를 잡혔고, 세무당국은 A의 소득 수십억 원에 대한 세금을 추징하기로 하고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정재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국세청은 그동안 역외탈세자에 대해 적극 대응해 왔음에도 세법 전문가의 조력과 가상자산 등의 등장으로 역외탈세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고도화되고 있다”라며 “국적세탁을 통해 외국인으로 둔갑하거나 가상자산을 유용하여 해외 소득을 빼돌리는 등 다양한 형태의 역외탈세 행위가 적발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세무조사 대상자 유형은 △국적을 바꾸거나 법인 명의를 위장한 신분세탁 11명 △용역대가로 가상자산을 받으며 수익을 은닉한 코인개발업체 9명 △해외 원정진료·현지법인을 이용한 엔데믹 호황이익 탈세 13명 △국내에서 키운 알짜자산을 국외로 무상이전한 다국적기업 8명이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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