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청라=장강훈 기자] “다같이 소리질러!” “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롯데 오픈(총상금 12억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이가영(NH투자증권) 최예림(대보건설·이상 24) 윤이나(21·하이트진로)가 연장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을 펼친 것 때문만은 아니다.
KBO리그나 K리그 등 여느 프로스포츠 경기에서 볼 수 있는 경쾌한 음악소리와 장내 아나운서의 환호성 유도, 박수갈채와 환호 등이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6655야드) 18번홀 그린 앞에 울려퍼졌다.
골프대회장을 처음 찾은 김모(43) 씨는 “경쾌한 분위기 속에서 대회를 치를줄 몰랐다. 클래식이나 재즈 같은 조용한 음악이 은은하게 울려퍼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분위기가 좋아 놀랐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18번 그린에서 스코어접수처, 클럽하우스 등으로 향하는 방면에 대형 관중석과 VIP 라운지 등을 설치해 콜로세움처럼 연출했는데, 이곳에서 경쾌한 업비트 K-팝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18번홀은 선수들의 공격적인 플레이를 위해 286m로 전장을 조정했는데, 호쾌한 티샷이 그린 앞에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관중 몰입도를 한층 높였다.
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조용한 관람이라는 정형화한 문화에서 벗어나 팬에게 색다른 응원 문화를 제공하기 위해 2022년부터 도입한 시스템”이라며 “롯데플레저홀로 기획해 도입 첫해에는 7번홀, 지난해는 17번홀(이상 파3)에서 운영했는데, 올해는 상징성을 높이자는 의미로 홀아웃하는 18번홀에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첫날부터 3라운드까지는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 탓에 효과를 누리지 못했는데, 최종라운드에서는 선수와 팬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멋진 샷과 경쾌한 음악을 즐겼다. 홀아웃 후 갤러리와 하이파이브도 하고, 기념품과 교환할 수 있는 볼을 던져주는 등 팬과 교감하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대회 타이틀 스폰서인 롯데는 ‘세계 최대 노래방’인 사직구장 응원열기에 익숙하다. 골프 대중화는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아야 가능한데, 이날 플레저홀에서 식음료를 판매하던 20대 직원은 “팬도 너무 좋아하시고, 선수들도 밝은 표정으로 환호에 화답하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아지더라. 그린 위로 올라오는 선수들의 의상도 잘 어우러져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용 사진을 찍는 분도 많다”며 밝게 웃었다.
뜨거운 응원 열기는 연장 접전 끝에 이가영이 2022년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 이후 21개월 만에 통산 2승째를 달성하며 마침표를 찍었다. KLPGA투어에서 3주연속 연장 승부가 펼쳐진건 2014년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에는 4연속대회 연장 승부가 펼쳐져 이부분 최다기록으로 남아있다.
천신만고 끝에 우승한 이가영은 “첫 우승 후 뜻대로 되지 않은 순간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 팬이 많이 오셨는데, 부진할 때도 믿고 응원해주신 덕분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선두에 8타 뒤진 공동 9위로 출발한 윤이나는 코스 레코드이자 개인 18홀 최소타 타이기록인 9언더파 63타를 적어 갤러리들의 커다란 환호를 끌어냈다. 최예림은 2주연속 연장에서 패해 아쉬움을 삼켰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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