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트레이드 합의를 일방적으로 철회한 울산HD의 해명이 도리어 화를 일으키는 모양새다. 피해 구단인 FC서울 뿐 아니라 울산 다수 팬도 줄지어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울산은 최근 서울과 선수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상무에서 전역한 국가대표급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를 내주고 왼쪽 풀백 이태석에 현금을 얹어 받는 조건이다. 양 구단은 구두 합의에 이어 선수 개인 협상까지 끝냈다. 이태석은 지난 주말 선수단과 인사한 뒤 팀을 떠났다. 원두재도 서울에서 새 도전을 그렸다.

그런데 울산은 최종적으로 합의서에 서명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제동을 걸었다. 앞서 팬 커뮤니티 등에서 원두재를 내보내는 결정에 반발했는데, 김광국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긴급회의를 거쳐 원두재를 잔류시키는 쪽으로 돌아섰다.

트레이드는 어느 프로 종목이든 구단 간 예민한 사안이다. 구단 상황과 선수 입장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이뤄질 수 있다. 양측 최종결재권자까지 동의한 가운데 이뤄진 사안을 갑자기 한쪽이 뒤집어버리면 상대 구단 뿐 아니라 양 선수 모두 심리적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태석이 팀을 떠난 가운데 17일 포항 스틸러스와 코리아컵 8강전을 치른 서울 김기동 감독은 취재진과 만나 “상식 밖의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미 대표이사까지 결정한 것 아닌가. 앞으로 그러면 대표이사가 필요 없는 것 아닌가”라며 불쾌해했다.

울산은 이날 트레이드 철회에 관한 해명문을 작성해 서울 구단 및 주요 언론사에 전달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원두재가 7월15일 전역예정이었으나 선수 측에서 해외 이적을 희망해 추진 중이었다’는 부분이다. 울산 구단은 선수가 먼저 이적을 바라면서 대체자로 정우영을 영입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다가 원두재 측이 이적이 여의찮게 되자 서울과 트레이드를 추진하겠다는 의견을 내놨다는 것이다.

다수 울산 팬은 내년 클럽월드컵을 앞둔 구단이 대표급 자원인 원두재를 쉽게 내놓으려고 한 것과 선수를 전면에 내세운 해명을 꼬집었다. 팀에 남는다고 해도 구단에 로열티를 두고 뛰기 어렵다는 것이다. 팬 커뮤니티 ‘울티메이트’의 한 팬은 ‘원두재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하는 게 우선 아니냐’고 목소리를 냈다.

또 울산은 홍명보 전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임이 트레이드 철회의 또다른 이유였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 관계자는 “울산 구단과 세부 조건 합의를 마친 시점은 홍 감독의 사임이 결정된 후다. 이번주 이태석의 협상까지 마무리 됐기에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 해명”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울산은 서울 구단도 지난 2022년 1월 골키퍼 서주환의 영입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대외적으로 문제 삼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서울 관계자는 “서주환은 당시 메디컬테스트에서 무릎 관절염으로 탈락했다”며 “이후 6개월간 선수 훈련에 문제없는 것으로 관찰한 뒤 여름시장에서 다시 영입까지 했다. 변심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원두재는 구단의 트레이드 철회 결정에 훈련 불참까지 선언했다. 그러다가 동료의 위로를 받으며 마음을 다잡고 18일 다시 합류한 상태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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