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정다워 기자] 10대 소녀 오예진(19·IBK기업은행)의 꿈은 파리에서 이뤄졌다.

오예진은 28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메달을 목에 획득했다. 대표팀 선배인 김예지(31·임실군청)와 마지막까지 금메달 경쟁을 벌인 끝에 포디움 맨 위에 섰다.

오예진은 27일 본선에서 2위에 오르며 결선 티켓을 따냈다. 애초 메달 후보가 아니었지만, 주인공으로 급부상했다. 결선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초반부터 4발 연속으로 10점을 훌쩍 넘는 고득점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11발과 12발째에 잠시 9.2점과 9.5점으로 흔들려 김예지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다시 페이스를 회복해 13, 14발째에 10.5점과 10.6점을 쏴 선두를 탈환했다. 이후 10발을 더 쏘는 동안 흔들리지 않으면서 243.2점의 올림픽 결선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확정했다.

오예진은 2005년생 10대답게 젤리와 마라탕을 좋아하는 발랄한 소녀다. 금메달을 획득한 후 소원으로 반려견 사모예드를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영락없는 소녀지만 오예진은 사격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제주도가 고향은 오예진은 섬에서 대회가 열리는 육지를 오가느라 고생했지만, 내색 없이 자신의 길을 갔다. 지난해에는 자비를 들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월드컵 사격대회에 출전해 2관왕에 올라 파리올림픽 출전권까지 획득했다. 열정만큼은 웬만한 선배 못지않다.

국제사격연맹(ISSF) 세계 랭킹 35위의 하위 랭커임에도 오예진은 대회 전 “메달을 쟁취하는 것이 목표”라는 다부진 각오를 밝혀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그는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만큼 오예진의 목에 걸린 금메달은 더 찬란하게 빛났다.

은메달을 획득한 김예지의 사연도 남다르다. 그는 10년 전 어깨 부상으로 인해 이른 나이에 은퇴를 고려했다. 하지만 주변의 반대 속 재활을 통해 복귀를 선택했다. 무려 1년에 걸친 재활 끝에 복귀했고, 마침내 올림픽이라는 꿈의 무대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격은 대회 초반 ‘효자 종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금지현과 박하준이 10m 공기소총 혼성전에서 은메달을 따냈고, 오예진과 김예지가 합류하면서 대표팀에 총 3개의 메달을 선물했다.

이번 대회에 한국 사격 선수단은 남성 6명, 여성 10명 총 16명이 출전한다. 아직 메달은 더 나올 가능성이 크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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