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모든 생체리듬을 단 하나의 대회에 맞췄다. 사활을 건 셈. 첫날 공동 3위로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지만, 세계의 벽은 높았다. 최종성적은 13언더파 271타. 톱10에 이름을 올린, 나쁘지 않은 기록이지만, 기대했던 결과는 아니다. 이례적으로 뜨거운 눈물을 쏟더니 “다시 이 무대에 서겠다. 약속한다”고 다짐했다.

‘리틀 타이거’ 김주형(22·나이키)이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역대 한국인 최고 성적인 공동 8위에 올랐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공동 11위에 오른 안병훈의 한국인 최고기록을 세 계단 끌어올린 역대 최고성적. “포디움에 올라 태극기가 게양되는 걸 지켜보겠다”고 다짐했던 김주형으로서는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표다.

김주형은 4일(한국시간) 프랑스 기앙쿠르에 있는 르골프 나시오날(파71·7174야드)에서 막을 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골프 개인전을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마쳤다.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무대에 섰는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최고 스타들이 출전한 대회에서 톱10에 이름을 올렸으니 나름 성과를 거둔 셈이다.

그러나 김주형은 대회 직후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 모습에 메달 획득에 실패한 아쉬움이라는 관측이 줄을 이었다.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탓에 ‘올림픽을 통해 병역 특례를 받으려고 사활을 걸었다’는 세간의 시선이 이런 관측을 부채질했다. 일각에서는 “PGA투어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으므로, 올림픽 메달 획득에 실패하면 우리나라 국적을 포기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마치 올림픽 출전 이유가 병역 혜택이라는 뉘앙스였다.

김주형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눈물흘린 이유를 공개하며 삐딱한 시선에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운을 뗀 김주형은 “태극기를 옷에 붙이고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게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지 말로 표현이 안된다. PGA투어 우승 때도 나오지 않던 눈물이 처음으로 흘렀다. 눈물을 흘리는 자신을 보며 동기부여가 넘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시 이 무대에 서겠다. 약속한다”는 말로 2028 LA올림픽에서 태극마크에 재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대한민국 사랑합니다”라는 문구에 태극기와 손하트 이모티콘을 붙여, 올림피언으로서 자긍심도 숨기지 않았다.

김주형은 “(한국인 남자) 골프 선수 중에 올림픽 메달을 딴 선수가 없다. (안)병훈이 형과 함께 마음 단단히 먹고 (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대회를 치렀다. 목표를 이루지 못해 너무 죄송하고,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현장에서, 한국에서 열정적으로 응원해준 모든 한국 팬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너무 죄송하다.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올림픽 무대가 주는 태극마크의 무게감이 절대 만만치 않았다는 것을 체득했다는 의미다. 더불어 ‘대한민국 국가대표 골프 선수’에 대한 자긍심이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아쉬움과 만나 눈물로 표출된 셈이다. PGA 메이저대회와는 결이 다른 경험. 김주형은 실패 아닌 실패로 또 한 뼘 성장했다. 올림픽의 가치가 만든 결과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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