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가상체험’ 예능 프로그램이 고전하고 있다.

지난 3일 방송된 EBS-ENA ‘곽준빈의 세계기사식당2’에서는 곽준빈이 일본 도쿄 근교의 오쓰키시를 방문해 ‘렌털 가족’을 체험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방송은 생소했다. 곽준빈은 ‘렌털 가족’ 이라는 콘셉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가상 약혼녀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해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결혼 승낙을 받으러 가야 하는데, 약혼녀 이름도, 교제 기간도 알지 못했다. 오히려 상대 여성이 능숙하게 리드했다.

‘곽준빈의 세계기사식당2’는 여행 유튜버 ‘곽튜브’ 곽준빈이 해외 기사식당을 방문하고 평범한 현지인과 친구가 되는 여행 프로그램을 내세운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기획의도와 맞지 않는 ‘가상 약혼’ 체험에 대해 송준섭 EBS PD는 “시즌 1때도 도쿄에서 렌털문화체험을 선보인 바 있다. 당시에는 몸무게 도합 380㎏의 렌털 친구들을 만나는 모습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이번 시즌은 새로운 렌털 서비스의 연장선이다. “(타인의 삶을 체험하기보다) 사람을 빌려준다는 ‘렌털 가족’이라는 이색 체험에서 가족 휴머니즘을 보여주려고 한 게 제작 의도”라고 설명했다.

가상체험 콘셉트는 최근 예능계를 강타한 트렌드 중 하나다. JTBC ‘마이네임 이즈 가브리엘’, ENA ‘눈떠보니 000’ 등 해외에서 타인의 삶을 살아보는 콘셉트 예능 프로그램이 속속 제작됐다.

‘마이네임 이즈 가브리엘’에서 박명수는 태국 치앙마이의 평범한 가장 우티로, 염혜란은 중국 충칭에서 훠궈 식당 지배인의 치우치엔윈의 삶을 보여준다. ‘눈떠보니 000’출연자 권은비는 대만 여고생이 돼 현지 예술고등학교에서 수업을 듣는다. 격투기 선수 출신 김동현은 베트남 인력거 기사의 삶을 살아간다.

연예인들이 전혀 다른 삶을 산다는 점은 드라마를 보듯 신선함을 안겼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아 번역 앱으로 소통하는 모습들이 노출되면서 몰입감이 깨졌다.

이는 캐릭터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트루먼쇼’같은 삶을 보여줘야 하는 체험 예능의 한계로 지적된다. ‘마이네임 이즈 가브리엘’의 전신으로 꼽히는 MBC ‘무한도전-타인의 삶’은 출연진 캐릭터가 구축된 상태에서 1일 체험으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반면 최근 방송되는 가상 예능 프로그램은 출연진조차 상황에 몰입하지 못하는 모습이 재미를 반감시켰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 프로그램 세계관이 구축되면 시행착오도 자연스럽게 스며들면 받아들여질 수 있다. 다만 최근 시청 트렌드가 오래 기다려 주지 않아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socool@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