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인천=유다연 기자] 1000만 관객을 바라보는 야구팬들의 열기는 극장에서도 이어진다.

2024 KBO리그 대구 SSG-삼성전이 지난 4일 전국 CGV 극장에서 상영됐다.

야구를 극장에서 본다는 말은 과거 물을 사 먹는다는 말과 같았다. 그저 직관을 가거나 집에서 온라인이나 TV 중계로 보면 되는데 왜 극장까지 가냐는 말이 뒷받침됐다. 그러나 가속화된 지구온난화가 기존의 상식을 바꿨다.

최근 폭염이 지속되며 야구장에 직접 간다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됐다. 지난 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4명이 온열질환 증세를 보이는가 하면 그다음 날 잠실구장에서는 관중 4명이 이송되는 등 무더위에 직관이 두려워지는 시대가 됐다.

이날 폭염 때문에 잠실 키움-두산전, 문수 LG-롯데전이, 폭우로 인해 대전 KIA-한화전이 취소됐다. 거기에 2일 라이온즈파크에서 관중 4명이 온열질환 때문에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기사까지 전해졌다. 그러다 보니 경기장 ‘직관’도 두려워진 상황이다.

그런 직관의 대안으로 떠오른 건 바로 극장이다. 지난 몇 년간 피서지 중 한 곳으로 꼽히곤 했다. 그런 탓인지 야구를 관람하기 위해 방문한 CGV인천점에서 야구 유니폼을 입은 관객들을 다수 볼 수 있었다. 인천에 연고지를 둔 SSG유니폼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상대 팀인 삼성 유니폼 그리고 두산 유니폼도 보였다. 야구로 하나가 되는 야구팬들의 사랑을 볼 수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관객들은 저마다 손에 간식을 들거나 응원 도구를 들고 착석했다. 중계방송 너머로 들리는 응원단의 소리에 맞춰 관중들이 가세했다. 안타를 치면 환호와 함께 박수를, 몸에 맞는 공이 나오자 아낌없는 야유를 보내며 마치 ‘직관 응원’을 온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기존 영화관에서 사진 촬영, 웃고 소리를 치는 행동은 에티켓에서 벗어난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경기가 생중계됐던 그곳에서는 ‘야구’라는 이름 아래 모든 것이 허용됐다. 한 SSG팬은 자신이 직접 맨 앞에 서서 SSG팬들의 응원을 유도했다. 호수비를 하면 그 선수의 응원가를, 안타가 나오면 아낌없이 박수를 쳤다. 흡사 응원단장이 오지 않은 원정팀 팬들이 자체적으로 응원단을 꾸린 모습이었다.

7회말이 끝나자 SSG팬들은 인천을 대표하는 응원가인 ‘연안부두’를 부르며 알찬 응원을 이어갔다. 이후 삼성팬들 역시 질 수 없다는 듯 8회말 중계가 시작되자 대표 응원가 ‘엘도라도’를 부르며 이에 맞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서로의 응원가를 함께 부르며 화합의 장을 만들었다.

CGV 관계자는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야구 생중계는 다른 것보다 좌석 판매율이 높은 편이다. 주말 일반상영관보다 2배를 기록하고 있다. 의미 있는 수치다. 꾸준한 좌석 판매율이 있다면 진행하려 한다. 원래 KBO와는 주 1회로 협약을 맺었는데 확장하려 한다”며 “아직은 CGV 자체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앞으로 KBO, 구단과의 협의를 통해 더 많은 이벤트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willow6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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