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 기자] “무표정한 전도연 씨의 내면이 불타오르는 게 눈썹하나로 보였죠.”

영화 ‘무뢰한’(2015)의 팬이라면 ‘무뢰한’의 정서를 이어받은 ‘리볼버’에 다시금 빠질지 모른다. 7일 개봉한 ‘리볼버’는 ‘무뢰한’의 오승욱 감독이 전도연의 독촉 전화에 집필한 시나리오다. 시작은 전도연이지만 ‘기승전 전도연’ 영화는 아니다. ‘무뢰한’의 끈적끈적한 정서를 탈피, MZ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코믹함과 씁쓸함을 적절히 배합했다.

영화는 경찰의 비리를 뒤집어 쓴 하수영(전도연 분)의 복수가 주된 스토리다. 오감독은 “이소룡 주연 영화 ‘사망유희’에서 모티프를 땄다”고 설명했다.

“영화 ‘사망유희’를 보면 주인공이 ‘사망탑’이라는 7층 목탑을 하나하나 올라가면서 총 7명의 악당과 싸워 이겨요. ‘사망유희’처럼 수영이 한 명, 한 명 대적해 나가면 어떨까 생각했죠.”

시나리오를 쓰기 전 이미지부터 떠올렸다. 전도연이 평소 잘 입는 블랙진과 항공점퍼를 상상했다. 모든 복수를 마친 뒤 바닷가에서 바람에 머리카락을 날리며 파도소리를 듣는 씁쓸한 전도연의 표정도 떠올렸다. 이미지를 중심으로 독특한 복수극이 완성됐다.

영화 제목은 ‘리볼버’지만 주인공 하수영은 총을 사용하지 않는다. 오로지 삼단봉으로 빌런들의 쇄골뼈와 발목뼈를 분지른다.

“전도연이란 배우가 갖고 있는 코어한 힘이 이타심, 동정심 , 연민이잖아요. 저는 전도연 씨가 주인공으로서 품위를 잃지 않았으면 했어요. ‘레미제라블’처럼 죄를 지은 사람이 더 이상 죄를 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얘기에요. 끝까지 총기를 사용 안하죠.”

총기를 사용 안하면서 제목이 ‘리볼버’가 된 배경은 오감독의 실수였다. 오감독은 “‘리벤지’란 영화 시사를 갔다가 ‘우와, 제목 죽있네’라고 한 적이 있다. 알고보니 ‘리벤지’를 ‘리볼버’로 잘못 읽은 것이다. 그렇다면 ‘리볼버’를 영화 제목으로 하면 어떨까 싶었다. 총알구멍 5개에 복수해야 할 인간 얼굴 5개를 떠올리는 방안도 고려해봤다”고 설명했다.

하수영 역의 전도연은 ‘그때도, 지금도 역시 전도연’이었다. 오감독은 “나와 전도연 사이에 보이지 않는 믿음이 생겨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했다”고 말했다.

“‘무뢰한’때보다 9년이란 시간이 흘렀잖아요. 역할을 수용하는 포용력이 훨씬 좋아졌어요. 그리고 항상 스태프들을 위하는 게 느껴졌죠. 현장에서 다시 촬영하면 지치기 마련인데 늘 유머로 스태프들을 독려했어요. 존경받을만한 사람이죠. tvN ‘일타스캔들’에서 밝은 역할을 연기한 뒤 이 작품을 촬영한 것도 한몫했어요. 한층 편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할 수 있었죠.”

전도연이 ‘리볼버’의 알파와 오메가라면 조력자 정윤선 역의 임지연과 빌런 앤디 역의 지창욱은 전도연의 양 날개다. 오감독은 “지창욱은 매 순간 촬영할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모든 신이 다 마음에 들어서 업고 다니고 싶을 정도였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임지연이 연기한 정윤선 역에 대해서는 “‘무뢰한’의 주인공 김혜경이 잘나가던 시절 모습이 정윤선이 아니었을까 싶다”며 “지연 씨에게 처음부터 정윤선은 ‘배트맨’의 로빈같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는데 시나리오 독해를 정확하게 해왔다. 마음대로 연기해보라고 했는데 역시나 기대 이상이었다. 통통 튀면서 캐릭터가 살아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는 모든 복수를 마친 수영이 바닷가에서 꽁치구이를 안주 삼아 소주를 털어놓으며 마무리한다. 시나리오를 모두 읽은 전도연의 아이디어다. 대한민국에서 이보다 강렬한 엔딩이 또 있을까. 자신의 뮤즈 전도연을 통해 ‘여성 누아르’란 특별한 장르를 개척한 오감독은 “인간을 설득력있게 그리고 싶다. 남이 안해본 걸 그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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