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양 팀 사령탑이 하루 간격으로 같은 장소에서 같은 불만을 표출했다. 처음에는 지난 16일 KIA 이범호 감독. 그다음은 17일 LG 염경엽 감독이었다. 두 사령탑은 잠실구장에서 열린 맞대결에서 상대 타자의 체크 스윙을 심판이 판정하지 않았다고 항의했다.

염 감독은 3연전 마지막 날인 18일 경기를 앞두고 “둘 다 돌았다. 우리도 스윙이었고 KIA도 스윙이었다. 누가 봐도 스윙으로 판정했어야 했다”며 “이게 오심 아닌가. 그래서 체크 스윙도 비디오 판독에 들어가야 한다. 올스타전 때 총재님, 사무총장님, 심판위원장님께 이 부분을 건의했다. 체크 스윙과 투수 보크까지 모두 비디오 판독에 넣자고 했다. 이게 가장 공정하다”고 밝혔다.

이 감독도 같은 의견을 전했다. 그는 17일 경기에 앞서 “체크 스윙도 비디오 판독을 하는 게 좋다고 본다.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상황이면 비디오 판독에 넣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나”며 “다만 체크 스윙이 비디오 판독 횟수에 들어가는 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득점과 관계없을 수 있기 때문에 체크 스윙은 따로 횟수를 정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염 감독도 “체크 스윙은 홈런·파울처럼 따로 보는 게 옳다고 본다”고 했다.

이렇게 사령탑이 적극적으로 주장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입장은 신중하다. 올스타 기간 사령탑으로부터 의견을 직접 전달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체크 스윙 규정 정립부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BO 관계자는 19일 “감독님들이 요청하신 것은 맞다. 체크 스윙 비디오 판독 포함은 이전부터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가장 어려운 부분이 규정 정립이다. 체크 스윙의 경우 명확한 규정이 없다. 심판이 봤을 때 타자의 스윙 의도가 있나 없나에 따라 판정한다. 체크 스윙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체크 스윙 규정은 자동볼판정시스템(ABS) 이전 주심의 볼·스트라이크 판정과 같다. 기준이 뚜렷하지 않고 심판의 주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KBO리그 야구 규칙을 봐도 체크 스윙 항목으로 볼 수 있는 스트라이크 정의에 대해 ‘타자가 쳤으나(번트 포함) 투구에 배트가 닿지 않은 것’으로 명시됐다. ‘타자가 쳤으나’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

150년 전통의 메이저리그(ML)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체크 스윙을 두고 수많은 논란이 나온다.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의 2021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다.

시리즈 승자를 결정하는 5차전 마지막 순간. 체크 스윙 판정 하나로 양 팀 희비가 엇갈렸다. 1루심이 샌프란시스코 타자 윌머 플로레스의 스윙을 인정하면서 2-1로 경기가 끝났다. 다저스가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샌프란시스코를 꺾고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했다. 경기 후 플로레스가 스윙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판정이 번복될 수는 없었다.

이렇게 대형 사건이 터졌음에도 체크 스윙은 여전히 심판의 눈에 의존하고 있다. 객관적인 기준과 규정이 없으니 비디오 판독에도 들어가지 못한다.

기준을 설정한 다음도 문제다. 비디오 판독에 포함할 경우 체크 스윙을 명확히 판별할 수 있는 카메라가 필요하다. KBO 관계자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구장 스카이캠 설치다. 그런데 스카이캠은 고척만 가능하다”며 “스카이캠이 안 되면 같은 장소에 같은 각도로 카메라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야구장마다 구조가 다르다. 규정 정립부터 카메라 설치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보크 비디오 판독도 마찬가지다. 보크 또한 심판의 주관적인 요소가 들어간다. 다양한 보그 규정 중 하나인 ‘투수가 반칙 투구를 하였을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반칙 투구를 놓고 심판마다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다.

불완전한 규정이 너무 많은 야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명확하게 국제 규정이 설정되어야 한다. 아니면 KBO리그 만의 로컬룰이 필요하다. KBO 관계자는 “체크 스윙의 기준을 규칙위원회에서 결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결정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모호한 이 규정의 기준을 정하는 게 절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비디오 판독 포함에 앞서 해결해야 할 난제가 너무 크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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