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한국인의 정체성과 이방인의 삶을 그려내며 전 세계 평단과 시청자들로부터 뜨거운 극찬을 받은 ‘파친코’가 2년 반 만에 돌아왔다.

동명의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파친코’는 1900년대 초 한국부터 시작해 1980년대 일본까지,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살기 위해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어머니 ‘선자’의 시선을 통해 그려진 한국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23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볼룸에서 애플TV 플러스 ‘파친코’ 시즌2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지난 2022년 3월 공개된 시즌1에서는 간토(관동)대지진의 참상과 당시 벌어진 조선인 학살 사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식민지 여성들의 비극, 재일조선인(자이니치)의 설움 등 억압의 시대 속 고향을 떠나게 된 한국 이민자 가족의 희망과 꿈을 4대에 걸친 연대기로 담았다.

시즌1은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최우수 외국어 드라마 부문, 고담 어워즈의 획기적인 시리즈-40분 이상 장편 부문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 유수 시상식을 휩쓸며 전 세계 평단의 마음을 훔쳤다.

이민호는 “그동안 관심 받지 못하던 이야기에 많은 이목을 모았다는 거에 감동을 받았다. 한국이 히스토리가 많은 국가이기 때문에 선조와 조상들의 희생 덕에 우리가 지금 존재할 수 있단 거에 더 감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민하는 “공감됐다는 반응이 감동이었다.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됐다는 거에 감명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시즌2에서는 세계 2차 대전이 발발한 1945년 오사카를 시작으로, 선자가 그녀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선택까지 감행하며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1989년 도쿄에서 아무것도 없이 새로 시작해야 하는 솔로몬(진하)과 그런 손자를 걱정하는 노년의 선자의 이야기도 함께 교차된다. 전쟁과 광복 등 시대의 변화가 선자 가족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물론 ‘코리안 디아스포라’(재외 한인)로 선자의 후손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 등 이야기를 더욱 깊이 탐구할 것으로도 보인다.

‘파친코’ 시즌2에는 시즌 1을 빛낸 주역인 이민호, 윤여정, 김민하, 진하, 안나 사웨이, 정은채, 아라이 소지, 한준우는 물론 새 인물 김성규도 함께 출연해 열연을 펼친다.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은 ‘파친코’ 시즌1에서 깊은 관록을 바탕으로 노년의 선자를 섬세하게 연기해내 극찬을 받았고, 젊은 선자 역으로 첫 등장부터 존재감을 발산한 김민하는 순수함과 총명함, 어머니의 강인함까지 그려내 전 세계 평단으로부터 호평 받았다. 화장기 없는 하얀 피부에 트레이드마크인 주근깨를 그대로 드러낸 낯선 얼굴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영화 ‘미나리’부터 한국인을 대표하는 인물을 연기하며 세계에 한국의 콘텐츠를 알리고 있는 윤여정은 “못 배우고 가난한 여자지만 천박하지 않게 살아가는 여자를 표현하게 돼서 기분이 좋았다”며 “자이니치의 이야기를 들며 나도 모르게 울었다. 역사의 실제 이야기를 듣는다는 게 감사하면서도 그들의 삶에 대해 너무나 몰랐구나 촬영하는 동안에도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두 아이의 엄마로 등장하는 김민하는 “어떻게 하면 세월을 많이 녹여낼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했다. 시즌1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모성애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며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성 이야기도 많아서 이로 인한 성장에 대해 고민했다”고 관전포인트를 전했다.

데뷔 이후 13년 만에 오디션에 도전한 것으로 화제를 모은 이민호는 시즌1에서 유부남 한수로 선자와 금지된 사랑에 빠지는 인물을 맡아 악역인지 선역인지 모호한 감정선을 유연하게 표현해냈다. 시즌2에서도 선자의 주변을 맴돌 예정이어서 두 사람의 재회에 대한 관심도 쏠리고 있다.

이민호는 “시즌1이 땅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존 이야기었다면 시즌2는 실제로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수는 시즌1보다 더 진화된 인물로 본인의 욕망과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하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려 했다”고 변화한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시즌1이 척박한 메마른 땅이라고 한다면 시즌2에선 모든 인물이 사랑을 한다. 결국 우리에게 사랑이란게 얼마나 중요하고 좋은 에너지와 원동력이 되는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은채는 ‘파친코’ 시즌1에서 일본에 온 선자를 따스하게 맞아주는 ‘경희’ 역으로 주목받았다. 시즌2에서 정은채는 1945년 2차 세계 대전으로 예상치 못한 혼란을 맞는다.

정은채는 “시즌1에서는 혼란을 겪는 경희의 이야기였다면, 시즌2에서는 세월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그 안에서 많은 것들을 내려놓으며 적응해 나가는 강인해진 경희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영화 ‘범죄도시’(2017), ‘악인전’(2019) 등 매 작품 강렬한 연기로 완벽한 캐릭터 변신을 선보여온 김성규는 ‘파친코’ 시즌2에 새롭게 합류한다. 김성규가 극에 불러올 변화에 대한 기대 또한 높아지고 있다.

김성규는 “제가 그전에 맡았던 역할과는 달라서 오디션에 합격 후 놀랐다. 누구에게 말하진 못해서 조용히 기뻐했다”고 합류 소감을 밝혔다.

시즌3에 대해서 김민하는 “저도 바란다”고 짧게 답했다.

총 8부작으로 이뤄진 ‘파친코’ 시즌2의 연출진이 시즌1에서 전부 바뀐 점도 눈에 띈다.

리안 웰햄 감독이 인물들의 복합적인 감정에 집중하는 1, 2회를 연출하고 독창적인 스타일을 갖춘 진준림 감독이 3~5회를 맡았다. 재일동포 이상일 감독은 낯선 땅에 정착한 이들의 불안과 혼란을 다룬 6~8회를 연출했다.

‘파친코’의 시즌 2는 총 8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으며, 23일 첫 번째 에피소드 공개를 시작으로, 10월 11일까지 매주 한 편의 에피소드를 애플TV 플러스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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