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서 금메달 딴지 3주 만에 메이저 3승째

AIG 위민스오픈 우승으로 명예의 전당 실력 뽐내

“역사적인 곳에서 우승해 기뻐 내 일에 집중할 것”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파리 올림픽 골프 여자부 금메달리스트 리디아 고(27·하나금융그룹)가 두 번째 동화를 썼다.

극적인 역전승으로 개인통산 세 번째 메이저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세 차례 올림픽에서 금·은·동메달을 각각 수확한 그는 ‘역대 최연소 명예의 전당 헌액’을 완성한 직후 메이저 퀸 지위를 탈환해 은퇴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리디아 고는 26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에 있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치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AIG 위민스 오픈(총상금 950만달러)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3개를 묶어 3타를 더 줄였다. 최종합계 7언더파 271타로 공동 2위그룹을 2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메이저대회 우승을 따낸 건 2016년 ANA 인스피레이션 이후 8년 만이다. 투어 21승째. 이달 초 파리 올림픽에서 우승을 차지해 1점 남은 명예의 전당 헌액 조건을 채운 그는 “골프할 때마다 은퇴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내 앞일은 누구도 모른다”는 아리송한 말을 남겼다.

여전히 골프를 사랑하지만, 가정도 꾸렸고,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삶을 살아야지 않겠느냐는 철학적인 메시지가 담긴 듯한 얘기였다. 그러면서도 “세 번째이자 내 마지막 올림픽에서 한 자리 남은 메달 색깔을 채우고 싶었다. 정말 동화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기뻐했다. 올림픽 메달 ‘그랜드슬래머’로 등극한 것에 크게 감격한 그는 세 번째 메이저 퀸 지위를 받은 뒤 “또 동화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3주 만에 올림픽 왕좌와 메이저 왕좌를 모두 거머쥔 그는 “최근 몇 주는 믿기 어려울정도로 미친 것 같다. 특히 이번 대회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여서 더 특별하다”고 밝혔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는 ‘골퍼들의 성지’로 불리는 역사 깊은 곳이다. 이 코스에서 치른 메이저대회에서 정상에 올랐으니 “기쁘다”는 말로 담을 수 없는 감격이 밀려온 셈이다.

리디아 고는 “16세이던 2013년에 여기서 처음 경기했다. 당시보다 나이는 들었지만, 조금 더 현명해졌기를 바라고, 가족과 함께 역사적인 장소에서 우승해 한 편의 동화처럼 느껴졌다”고 감격한 이유를 설명했다.

올림픽부터 AIG 위민스오픈까지 3주 사이에 일어난 일을 표현하기 힘들다고 밝힌 리디아 고는 “올림픽에 출전하기 전에 누군가로부터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건 최종목적지가 아니라 그 길에 있는 주유소와 같은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 말을 듣고 ‘당장 골프를 그만두긴 어렵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은퇴계획이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리디아 고 역시 “우선 내 앞에 있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는 말로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성 골프 선수라는 동화책을 쓰고 있는 리디아 고가 세 번째 작품으로 어떤 서사를 써 내려갈지 벌써 관심이 쏠린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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