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효실 기자] 국내 1호 커밍아웃 연예인으로 오랜 세월 동성애자의 아이콘이었던 홍석천이 시대를 앞서간 커밍아웃의 이유를 밝혔다.

홍석천은 26일 방송된 채널A ‘절친 도큐멘터리-4인용 식탁’에서 배우 겸 방송인 이승연의 절친으로 등장했다. 이승연은 홍석천, 윤다훈, 김지성을 초대했다.

이날 방송에서 홍석천은 “2003년 김수현 작가님 드라마에 함께 출연하며 알게 됐다. 너무 감사한 게 2000년에 커밍아웃하고 3년 반을 쉬었다. 아무도 날 불러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캐스팅 제의가 와서 믿기지도 않고 너무 장난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승연과 홍석천은 2003년 방송된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완전한 사랑’에 함께 출연했다. 부잣집에 시집간 하영애(김희애 분)가 남편 박시우(차인표 분)와 함께 시아버지로부터 내쳐져 살다 결국 불치병에 걸리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드라마로 가슴 시린 정통멜로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승연은 어릴 때부터 박시우를 짝사랑한 지나로, 홍석천은 둘의 오랜 친구이자 동성애자인 승조로 출연했다. 그는 “캐스팅 제안을 받아도 막판에 캐스팅이 철회되는 게 너무 많았다. 그때 김수현 작가가 주변에 ‘자신 있게 해. 주눅 들지 마’라고 해줘서 우는데 승연 누나도 날 위로해줬다”라고 말했다.

홍석천은 이날 다분히 파격이었던 밀레니엄의 커밍아웃 비하인드도 털어놨다. 홍석천은 2000년에 남자친구의 존재를 알리며 성정체성을 고백해 화제를 모았다.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이 커밍아웃한 일은 한국에서 처음이었고, 여전히 드문 일이다.

홍석천은 “네덜란드 남자친구랑 3년 반을 살았다. 네덜란드는 성소수자를 존중해주고, 우리나라는 유교 문화의 끝판왕이다. 두 남자가 만났으니까 부딪히는 게 얼마나 많았겠냐. 당시 남자친구는 아내와 함께 한국에 일하러 왔다가 우연히 나를 만나서 첫눈에 반한 상황이었다. 결국 이혼까지 하고 나를 만났다”라고 말했다.

낯선 나라에서 아내까지 버리고 자신에게 온 남자친구는 홍석천에게 불만이 많았다고. 홍석천은 “항상 부딪히는 문제가 대한민국에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내 옆에 외국 남자를 궁금해했다. 나는 ‘내 영어 선생님’이라고 했다. 그 친구의 서운함이 쌓여서 폭발했다”라고 말했다.

결국 두 사람은 뉴욕으로 떠났고, 남자친구는 뉴욕, 홍석천은 한국에서 지내며 원거리 연애를 이어갔다. 홍석천은 “한국에서 번 돈으로 남자친구를 뒷바라지했다. 그런데 4~5개월 후에 네가 없어서 새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하더라. 근데 헤어지고도 1년 동안 돈을 보냈다. 난 원래 그런 사람이다. 사랑에 올인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홍석천은 1995년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해, 각종 드라마와 시트콤에 출연했다. 특히 MBC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1996)에서 패션 디자이너 쁘아송으로 출연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0년 커밍아웃 이후 약 3년여간 공백기를 보낸 홍석천은 이후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완전한 사랑’에 출연하며 복귀했고, 여전히 방송인 겸 배우, 사업가로 왕성한 활동 중이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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