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고영욱은 자신을 ‘사회적 고아’라고 칭했다. 억울함이 담긴 단어다. 판단에 착오가 있다. 사회가 그를 고아로 내몬 것이 아니었다. 아동성폭행이라는 파렴치한 죄를 저질러서 막다른 길로 내몰린 것이다. ‘사회적 고아’란 단어에 반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욕심이 엿보였다. 2020년 SNS를 개설했다. “9년 가까이 단절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계속 이렇게 지낼 수는 없기에 이제 조심스레 세상과 소통하며 살고자 한다”고 했다. 스스로 처벌을 마무리했다. 여론은 냉담했다. “뻔뻔하다”는 반응이었다. 계정은 곧 폐쇄됐다.

시간이 지나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GO! 영욱’으로 활로를 모색했으나, 영구 제명됐다. 자신과 연관된 곡을 올렸고, 강아지 영상을 올렸다. 해가 없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유튜브를 향한 비판과 청원이 쇄도했다. 유튜브는 ‘해를 끼치는 크리에이터’로 규정했다. 더 이상 그를 받아줄 대중 플랫폼은 없다. 자신이 저지른 죄는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었던 욕심이 진정한 ‘사회적 고아’로 이어졌다.

고영욱이 저지른 죄는 미성년자 성폭행 및 성추행이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큰 죄악으로 여겨진다. 20년에서 50년까지 형을 받기도 한다. 그 예로 폴란드 감독 로만 폴란스키는 1977년 13세 여성에게 술을 먹이고 성폭행한 혐의로 50년의 실형을 받았다.

고영욱은 고작 2년 6개월 실형을 받았다. 전자장치 부착 3년, 성범죄자 신상정보 고지 5년을 선고받았다. 너무 적은 형량이라는 의견이 팽배했다. 2015년 만기 출소했고, 2018년 7월부로 3년간 착용한 전자발찌를 풀었다. 신상정보 공개 기간은 지난 2020년 7월 종료됐다.

법적으로 채우지 못한 처벌의 빈틈을 대중이 지속적인 비판을 통해 처리하는 모양새다. 방송에서는 지워졌다. 모든 방송사로부터 출연 금지당했고, 방송분은 모자이크로 처리됐다. 그를 언급할 땐 ‘그놈’으로 표현됐다. 본인 뿐 아니라 주위에서도 떳떳하게 말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른 셈이다.

유명인의 삶을 포기하고 살면 되지만, 고영욱은 관심만큼은 붙잡으려고 했다. SNS나 유튜브 개설은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고영욱 지인은 “그를 안쓰럽게 여긴 누군가 재택 업무를 제안했지만, ‘그런 일은 안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숨어서 지내야 하는 이유를 정확히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이번 유튜브 영구 제명은 끝내 관심을 포기하지 못한 ‘관심종자‘(관심에 목마른 사람)의 종말을 보는 듯하다.

죄질이 악하기도 하지만, 진정성 있는 용서나 사과가 없었다. 갱생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기에”나 “해가 없는 영상을 올렸는데, 억울하다”와 같은 발언에서 자신이 어떤 처지에 놓였는지, 대중이 왜 그를 거부하는지 조금도 파악하지 못한 듯 보인다. 심지어 유튜브 채널에 이의신청까지 했다. 점입가경이다.

이경아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범죄피해평가 전문가는 “성폭행 피해자는 깊은 수치심과 불안 등 정서적인 반응과 사고영역과 대인관계에서도 부정적인 후유증이 남는다. 살인에 준하는 끔찍한 범죄”라며 “고영욱이 이슈몰이해서 내면의 관심을 채우고 싶은 욕망이 엿보인다. 죄를 미뤄보면 매우 심한 욕심이란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intlelybeast@sportssoe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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