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42주년을 맞은 한국 프로야구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러나 여자야구는 프로야구가 성장한 42년 동안, 프로·실업팀 없이 사회인 야구로만 명맥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이에 스포츠서울은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여자야구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스포츠서울 | 황혜정 기자] “당신의 딸이 야구를 하잖아요. 더 좋은 환경에서 할 수 있도록 해야죠.”

처음엔 모두가 난색을 표했다. 굳이 프로야구팀이 여자야구팀을 만들고 도와야 할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자 일본여자야구연맹은 묘안을 냈다. 바로 야구를 하는 딸아이를 둔 아버지이자 스타 플레이어 프로야구 선수를 설득한 것이다.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난 일본여자야구연맹 야마다 히로코 회장은 “프로야구 선수이자 딸을 둔 아버지들을 찾아갔다. 그들에게 ‘당신의 딸이 야구를 하는데 더 좋은 환경에서 해야 하지 않겠냐’라고 설득했다”며 미소지었다.

그러자 일본에선 일본프로야구(NPB) 구단들이 산하 여자야구 실업팀을 창단하기 시작했다. 2022년 세이부 라이온즈 산하 ‘세이부 라이온즈 레이디스’와 한신 타이거즈 산하 ‘한신 타이거즈 위민’을 시작으로 요미우리 자이언츠 산하 ‘요미우리 자이언츠 레이디스’가 만들어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여자야구 선수도 직업 야구 선수로 뛸 수 있게 된 것이다.

“처음엔 물론 쉽지 않았다. ‘도와달라’고 해서 쉽게 도움이 오는 것은 아니”라고 한 히로코 회장은 “야구하는 딸을 가진 아버지 야구선수들을 공략했다. 그들도 아버지이지 않나. 더 좋은 환경에서 딸이 야구를 하려면 아버지들 구단에서 나서서 도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 결과 일본은 NPB 구단들이 지역 연고 사회인여자야구팀에 후원을 해준다. 지역 고교 여자야구팀도 도와준다. 이 후원 활동이 프로야구와 직접적으론 연관이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 자신의 딸의 미래를 위한 것이란 걸 일본 사회는 깨달은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KBO) 선수들은 대한민국 평균 결혼 연령보다 일찍 결혼해 현역 생활을 하는 동안 이미 아이가 둘 셋 있는 선수들이 꽤 된다. 딸을 가진 아버지 선수들이 많은데, 아들을 야구 시킨다는 이야기는 해도 딸을 야구 시키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그러나 생각을 바꿔 내 딸에게 이 재밌는 야구를 해보라 하기 위해 여성을 위한 야구 환경을 바꿔보는 것이 어떨까. 그러기 위해선 KBO 구단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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