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빅리그에 도전했다가 이적한 황재균 이후 무려 7년이 걸렸다. 적임자가 나오지 않아 외국인 야수를 영입한 적도 있다. 큰 기대를 건 유망주는 병역부터 해결하기 위해 상무에 있다. 그렇게 거의 매년 핫코너 주인이 바뀌었는데 비로소 주인을 찾았다. 롯데 3루수 손호영(30) 얘기다.

더 이상 놀랍지 않다. 벼락같은 배트 스피드로 대포를 쏘아 올리는 모습이 이제는 익숙하다. 타율 0.340 17홈런 67타점 OPS 0.975. 규정 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으나 올시즌 3루수 중 OPS가 손호영보다 높은 선수는 KIA 김도영(1.064)과 SSG 최정(0.982)뿐이다.

롯데에서는 독보적이다. 지난 7년 동안 핫코너에서 출전한 롯데 내야수 중 누구도 OPS 0.900을 넘기지 못했다. 한동희는 기복이 심했다. 외국인 타자 니코 구드럼과 제이콥 윌슨은 롯데 유니폼을 일 년도 입지 못했다. 2016년 27홈런 OPS 0.964로 활약한 황재균과 이별 후 무주공산이었던 롯데 핫코너다.

그래서 가치가 높다. 승부처인 8월에 더 그렇다. 손호영은 8월 한 경기만 남겨둔 시점에서 이달 타율 0.400 8홈런 OPS 1.137을 기록했다. 어느 때보다 승리를 향한 갈증이 심한 시점에서 해결사 구실을 한다.

지난 29일 사직 한화전과 30일 고척 키움전 모두 홈런. 시즌 종료까지 25경기 남았는데 최근 홈런 페이스를 고려하면 20홈런 돌파도 가능하다. 황재균 이후 롯데에 없었던 20홈런 3루수를 바라본다.

마냥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전부터 공수에서 두루 빼어난 재능을 자랑했다. 모든 지도자가 손호영의 훈련 모습을 보고 그의 재능을 인정했다. 내야 전포지션을 소화하면서 장타력도 있다. 꾸준히 기회를 줄 가치가 충분했다.

하지만 부상이 문제였다. 꾸준히 라인업에 이름이 올라갈 때마다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래서 전소속팀 LG에서는 꽃을 피우지 못했다. 2022년 11월 부임한 염경엽 감독은 문보경이 군입대할 경우 손호영에게 3루를 맡길 계획이었다. 문보경이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손호영의 트레이드가 이뤄졌다.

트레이드가 인생을 바꿨다. 꾸준히 그라운드에 서면서 잠재력을 터뜨린다. 롯데 이적 후 두 차례 부상은 있었으나 큰 부상은 피했다. 사령탑 성향과도 맞는다. 롯데 김태형 감독이 선호하는 이른바 늘 ‘자기 스윙’을 하는 타자다. 상대 투수가 속구를 던지면 공을 박살 내듯 배트를 돌린다.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손호영에게 패스트볼 계열은 맛있는 먹잇감이다. 기록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구종별 타율이 포심 패스트볼 0.358, 투심 패스트볼 0.357, 컷 패스트볼 0.500이다. 지난 2경기 홈런도 속구를 공략해서 나왔다. 속구를 놓치지 않으면서 변화구 실투도 자타로 연결시킨다. 포크볼 타율 0.467, 체인지업 타율은 0.375다.

변화가 발전과 반등의 계기가 된다. 손호영과 롯데 모두 그렇다. 새로운 3루수 손호영이 배트를 뜨겁게 돌리면서 가을 야구 희망도 이어가는 롯데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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