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첫 승을 메이저대회로 장식

KB금융 스타챔피언십 13언더파

AG 銀·銅 딴 뒤 소원 “KIA 시구”

이번엔 “타이거즈 부르면 애니콜”

[스포츠서울 | 이천=장강훈 기자] 진지하던 ‘메이저 퀸’의 입꼬리가 급상승했다. 어깨까지 움츠리며 천진난만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생애 첫 승의 기쁨만큼 ‘좋다’는 감정을 드러냈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투어에 데뷔한 유현조(19·삼천리)가 시즌 19번째 대회 만에 생애 첫 승을 거머쥐었다. 그는 8일 막을 내린 메이저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에서 13언더파 275타로 쟁쟁 선배들을 따돌렸다.

신인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건 유현조가 10번째. 생애 첫 우승 영예까지 안았으니, 기쁨이 클 수밖에 없다. “우승은 생각지도 못했다. 전반에 보기 두 개를 하고는 ‘그럼 그렇지. 상금이라도 더 받게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다”던 유현조는 “17번홀(파3)에서 18m짜리 퍼트가 홀에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며 ‘어? 진짜? 하늘이 우승하라시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봐도 좀 멋있었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우승 기쁨을 말하던 유현조에게 KIA 타이거즈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진지한 표정으로 우승 소감을 이어가던 그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윤영철 선수를 보고 팬이 됐는데, 지금은 누구랄 것 없이 다 좋다. 타이거즈면 그냥 좋다”며 소녀처럼 부끄러워했다.

실제로 유현조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은메달, 개인전 동메달을 따낸 뒤 “기회가 된다면 KIA 타이거즈 시구를 하고 싶다”고 ‘찐팬 인증’을 했다. KIA 구단측에 소식을 전했더니 일사천리로 시구 일정을 잡았고,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로 초대했다.

윤영철에게 시구 지도를 받는 등 꿈을 이룬 유현조는 메이저 퀸에 등극한 직후에도 “타이거즈가 부르면 언제든, 어디든 달려가겠다”며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KIA 선수에게 골프 레슨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선수를 지목하고 싶은지로 질문이 이어졌다. 해맑게 웃던 유현조는 “음…”이라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사실 윤영철 선수 팬이지만 골프를 가르칠 수 있다면 김도영 선수를 지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영은 올시즌 KIA를 이끄는 슈퍼스타다. KBO리그 최연소 30홈런-30도루 기록을 달성했고, 입단 3년 만에 3할-30홈런-30도루100타점-100득점 대기록을 작성했다. 인기와 인지도 면에서 KBO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다.

유현조는 “김도영 선수가 타격하는 모습을 보면 타구가 정말 많이 간다. 골프해도 멀리 칠 것 같아서 레슨하고 싶은 욕심이 든다”고 애써 변명(?)했다. 그러더니 “윤영철 선수와는 시구 때 인사도 했고 ‘직관’을 가면 윤영철 유니폼을 입는다. KIA에는 또래 선수가 많아서 더 많은 선수와 교류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KLPGA투어 첫 승과 메이저 퀸 지위까지 따낸 유현조가 ‘성공한 덕후’ 자리까지 꿰찰 태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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