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정다워 기자] 물음표가 남은 기자 간담회였다.
손준호(32수원·FC)는 11일 수원시체육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중국축구협회로부터 받은 징계에 관해 해명했다. 앞선 10일 중국축구협회는 “전 산둥 타이산 선수 손준호는 부당 이득을 도모하기 위해 부정거래, 승부조작, 불법 수익에 가담해 스포츠 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하고 스포츠정신을 상실했다”라면서 “손준호는 평생 축구와 관련해 어떤 활동도 할 수 없다”라고 발표했다. 일종의 영구 자격 정지 징계를 내린 셈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핵심 내용은 손준호가 산둥 타이산 동료이자 친구인 진징다오로부터 20만위안(약 3800만원)을 받은 사실이다. 진징다오는 이번에 손준호와 함께 영구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손준호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2022년1월 산둥 타이산과 상하이 하이강의 경기를 승부조작 대상으로 지명했다. 손준호가 진징다오와 함께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제시했다. 손준호는 “안에서는 그 돈을 (승부조작으로) 인정하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손준호가 진징다오로부터 20만위안을 받은 것은 ‘팩트’다. 손준호도 “그 경기 후 5~6일 후 20만위안을 받기는 했다”라고 인정했다. 문제는 손준호가 20만위안의 명목을 제대로 알지도, 해명하지도 못한다는 점이다.
손준호는 “친구는 산둥에서 유일하게 한국어를 했다. 적응에 도움도 줬다. 가족이 왔을 때 잘 챙겨줘 서로 선물도 하고 돈독해졌다. 그렇게 지내니 서로 돈을 빌리기도 했다. 친구 사이라 돈거래가 생겼다. 조사받을 때도 불법적인 돈이 아니라고 진술했다. 진실하게 승부조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적지 않은 돈을 받았지만, 진징다오가 왜 손준호에게 그 돈을 전달했는지 정확하게 모른다는 입장이다. 단지 ‘친분’을 강조했을 뿐이다.
손준호는 여러 이유를 들어 승부조작과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나는 떳떳하다. 승리 보너스가 16만위안인데 20만위안 때문에 승부조작을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그 경기에서 90분을 뛰었고 팀은 비겼다. 그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손준호 대리인 박대연 NEST 대표는 “진징다오도, 손준호도 고액 연봉자였다. 산둥은 승리 수당이 세다. 준호는 짠돌이다. 중국 돈이라 화폐 단위가 다르게 느껴졌다고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감정적으로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말이지만, 20만위안의 출처를 명확하게 규정하기엔 부족한 해명이다.
오히려 중국축구협회나 공안, 검찰의 시선에서 보면 승부조작 대가로 받은 돈으로 추정할만하다. 공교롭게도 손준호가 경기 후 5~6일 내로 적지 않은 금액을 받았으니 합리적 의심을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그림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취재진이 20만위안의 출처, 받은 이유를 계속해서 물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퍼즐을 풀지 않으면 명확한 해명이 불가능하다.
간담회에서 나온 중국 공안의 강압 수사 주장, 혹은 박 대표의 “중국이면 그럴 수 있다”라는 식의 발언은 결코 손준호의 승부조작 관련 결백함을 증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손준호가 끝까지 20만위안의 출처를 밝히지 못한다면 상황은 불리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중국축구협회에 징계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중국축구협회의 징계를 인용하면 손준호는 국내에서 뛸 수 없게 된다. 승부조작 혐의도 벗을 수 없다.
손준호가 정말 억울하다면 이 돈을 왜 받았는지부터 명확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스포츠중재판소(CAS)를 통해 싸우는 과정에서도 이 지점이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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