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그래도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다. 선수부터 그렇다. 과거처럼 4년제 명문 대학을 응시하지 않는다. 두 번째 기회를 살리기 위해 야구에 특성화된 2년제 혹은 전문 대학을 선호한다. 그 결과가 이번 2025 신인 드래프트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늘 바늘구멍 뚫기다. 지난 11일에 열린 신인 드래프트 참가자 1197명 중 9.2%인 110명만 선택을 받았다. 대학 선수로 시야를 좁히면 확률은 더 떨어진다. 대학 졸업 예정자 286명과 대학 2학년을 마치고 프로를 바라본 얼리 드래프트 신청자 56명 중,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은 이는 16명뿐이다. 합격률이 5%도 안 된다.
표본을 4년제로 좁히면 숫자는 더 떨어진다. 16명 중 4년제 대학 출신은 6명뿐이다. 6명 중 3명이 얼리 드래프트인 것을 고려하면 프로 진입에 있어 4년제 대학 장점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많은 레전드를 배출한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성균관대, 중앙대, 건국대, 동국대, 단국대, 동의대에서는 단 한 명도 지명받지 못했다. 대학에서 4년을 꽉 채운 선수는 3명뿐이며 3명 중 2명은 11라운드 막차를 탔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담당자인 스카우트의 평가가 그렇다. 수도권 A구단 스카우트는 “환경의 차이가 크다고 본다. 보통 4년제 대학보다는 야구에 맞춘 전문 대학이 야구할 수 있는 여건이 좋다. 훈련과 실전 모두에 있어 2년제나 전문 대학 선수들이 야구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다. 전문 대학에 갔다는 것부터 다시 빠르게 프로에 도전한다는 절심함 같은 게 있다. 이렇게 정신적인 부분도 조금은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 B구단 스카우트는 “훈련량과 실전을 치르는 숫자에서 차이가 크다. 스카우트로서 대학 선수들의 훈련과 실전 모습을 보지만 때로는 우리 구단 2군 선수들과 실전을 치르는 모습도 본다. 보통 전문 대학은 순조롭게 경기가 잡힌다. 하지만 4년제 대학은 수업 시간을 채워야 하니까 야구부원이 모여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며 “발전 속도도 차이가 난다. 1학년부터 눈여겨본 선수가 2학년이 됐을 때를 보면 전문 대학 출신 선수의 성장 속도가 빠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즉 명성보다는 실리다. 프로니까 당연하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3명이 선발된 동원과학기술대와 2명이 선발된 부산과학기술대의 경우 야구 특성화 학교다. 훈련 프로그램부터 그렇다. 프로 출신 지도자가 선수를 이끌며 훈련 프로그램도 미국 마이너리그와 일본프로야구를 참고한다.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실력이 늘어서 메이저리그에 오르는 것처럼, 고교 시절 프로에서 지명되지 못한 선수들이 2년제 혹은 전문 대학에서 훈련해 두 번째 도전에 임한다.
프로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빠르게 시간을 채워 넣고 다시 도전하는 게 낫다. 이따금 존경하는 프로 선수와 맞대결도 펼칠 수 있다. 현실을 알면 이번 드래프트 결과도 이해할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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