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여주=김민규 기자] “부자가 된 기분이다. 아직 경쟁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다.”

‘지천명(知天命)’을 훌쩍 넘은 나이에도 저력은 여전하다. 꾸준한 자기관리로 20·30대 못지 않은 강철체력을 자랑한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최고령(만 54세) 우승 기록을 다시 쓴 ‘탱크’ 최경주(54·SK텔레콤) 얘기다. 꾸준함을 넘어 골퍼들의 ‘워너비(롤 모델)’가 된 최경주.

최경주가 다시 한 번 KPGA 투어 최고령 우승 신기록 경신에 나선다. 3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 경기도 여주시의 페럼클럽(파72·7331야드)에서 열린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2억5000만원)에 출전한 것.

그야말로 ‘제2의 전성기’다. 최경주는 지난 5월 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최고령 우승 신기록을 작성한데 이어 7월에는 미국프로골프(PGA) 시니어투어 메이저대회 더 시니어오픈을 제패하며 한국 골프 역사를 새로 썼다. 우승 비결은 ‘강철 체력’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엄격한 자기 관리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대회 기자회견에서 최경주는 “지난 3년간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컷통과에 성공하지 못했다. 올해는 일찍 한국에 들어와 시차도 적응했고 컨디션도 좋은 만큼 주말까지 경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더 시니어오픈 우승이 도움이 될 것 같느냐는 물음에 “컨디션에 따라 좌우되지만 더 시니어오픈 우승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히 있다”며 “그동안 이 대회에 출전했을 때는 시간이 없었는데 올해는 여유가 있어 심적으로 위안이 된다. 연습라운드를 하면서 후배들이 축하 인사를 해주는데 마음 속으로 굉장이 부자가 된 기분”이라고 활짝 웃었다. 이어 “이렇게 아직도 (후배들과)경쟁할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SK텔레콤 오픈에서 KPGA 투어 최고령 우승을 일궜다. 후배들이 바라본 최경주는 어떤 선수일까. ‘존경·충격·멋’ 세 단어로 압축됐다.

제네시스 포인트 선두 장유빈(22·신한금융그룹)은 “존경심이 들었다. 믿기지 않았고 대단하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했다.

대회 ‘디펜딩 챔피언’ 함정우(30·하나금융그룹)는 “충격을 받았다. ‘40대 희망’ 박상현 선수와 ‘50대 희망’ 최경주 선수가 연장전을 펼치는 것을 보면서 ‘20~30대 선수들은 뭐하고 있지’라고 생각했다”며 “최경주 선수가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라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최경주 재단 출신인 ‘최경주 키즈’ 김민규(23·CJ)는 “SK텔레콤 오픈 당시 컷탈락해서 중계를 통해 경기를 봤다”며 “연장전에서 조금 힘들어하는 느낌을 받았다. ‘최경주 선수도 힘들 때까 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우승까지 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너무 멋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후배들의 진심에 최경주는 값진 조언으로 화답했다.

최경주는 “민망하다.(웃음) 후배들에게 너무 고맙다. SK텔레콤 오픈에서 마지막 파 퍼트를 했을 때가 내 골프 인생 역사상 가장 감독적인 순간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마음을 내려놓는 게 가장 중요하다. 모든 것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내 욕심을 포기하고 편하게 쳐야 한다. 자기 골프에 대해 화내는 것이 아니라 ‘이건 내 연습 부족이야’라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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