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부산=함상범 기자] “당신은 OO년 O월 OO시 OO분에 죽는다.”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지옥’ 시리즈는 이 고지에서 출발한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고지를 받은 자는 고통 속에서 죽을 날을 기다린다. 악령인지 고릴라인지 모를 존재가 달려와서 불태워 죽인다. 시체는 까맣게 탄다. 몇 차례 이 장면이 생방송으로 방영되면서 국가는 곧 혼란에 빠졌다. 고지 받은 자에게 죄를 고하라는 폭력적인 강요가 이어졌다. 고지를 받은 자는 ‘물건을 훔쳤다’ ‘거짓말을 했다’며 죄를 쥐어짰다.

정진수(김성철 분) 새진리회 의장은 고지를 받는 것이 자연재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인간이 죄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길 바라는 마음에 거짓말을 남겼다. 그 거짓말이 온 세상을 혼란하게 만들었다. 고지를 받은 자에게 죄를 고하라 강요하는 자들이 많아졌다. 법 위에 신이 존재했다. 신권이 강력해졌다. 정부는 눈치만 본다. 그렇게 정진수가 떠나고 8년이 지났다.

오는 25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지옥2’의 배경이다. 정진수가 세운 새진리회와 폭력적인 화살촉, 그 가운데서 진실을 찾고 세를 키우려는 소도가 존재한다. 대다수 사람들이 신의 개입에 두려워하면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시연을 생중계하면서 죽은 박정자(김신록 분)가 부활했고, 얼마 뒤 정진수도 부활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지옥2’가 4일 오후 7시 30분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3부까지 공개됐다. 한국을 넘어 유럽과 미국을 강타한 ‘지옥’ 시리즈는 수많은 팬들이기 애타게 기다린 작품이다. 넷플릭스가 시즌제로 공개한 작품이 대다수 혹평을 받으면서 ‘지옥’의 완성도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연상호는 달랐다. 베일을 벗은 ‘지옥2’는 시즌1보다도 더 수준 높은 완성도로 찾아왔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군상과 죄에 대한 인식, 진실을 접근하는 방식의 차이, 더 깊어진 철학적 고찰 등 ‘지옥’이 가진 메시지는 더 묵직해졌다. 상상 못할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은 어떤 태도를 지니는 것이 올바른지 되돌아보게 한다. 그 과정을 연극적으로 펼쳐냈다.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의 조합은 언제나 옳다.

기존에 있던 인물과 새로운 인물이 밸런스를 맞춘다. 민혜진(김현주 분)과 새진리회 인물들, 진경훈(양익준 분) 형사와 딸 희정(이레 분), 박정자 역의 김신록 등이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주며, 유아인을 대신해 정진수를 맡은 김성철과 햇살반 역의 문근영 분, 그의 남편 임성재, 정무수석 역의 문소리까지 모두 제 몫 이상을 표현한다.

1~3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문근영이다. 화살촉의 교리에 점점 빠져들다 급기야 자신의 몸을 해치면서까지 죄를 뉘우치며 광기에 빠지는 여성을 그려냈다. 기술적으로 감정을 완벽히 표현하는 것을 넘어 신신마다 감정의 정도를 정확히 짚어내는 점은 얼마나 영리하게 작품을 이해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우려와 기대가 공존했던 김성철은 기대에 방점을 찍었다. 기존 배우 못지 않게 정진수가 가진 힘과 광기를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시연 후 오랫동안 고통받은 지옥을 몸소 체험하며 공포를 느끼는 대목이 특히 매력적이다.

나약함을 그려낸 김신록과 아내의 변화에 울분을 느낀 임성재, 액션과 깊이 모든 면에서 단단해진 김현주, 짧은 등장이었음에도 임팩트를 남긴 문소리, 무서울 정도로 변한 이레와 여전히 차분한 양익준 등 좋은 배우들의 열연이 작품을 꽉 채운다. 서사와 메시지, 연기, 신이 딱딱 떨어지는 편집, 극적인 화살촉과 차분한 소도의 밸런스 등 150분의 긴 시간이었음에도 몰입을 놓친 순간이 없었다.

연상호 감독은 4~6부가 더 재밌다고 힘주어 말했다. 자신이 ‘지옥2’보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우려를 겸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1~3부까지만 봐도 연 감독이 왜 그런 말을 남겼는지 알 수 있다. 스토리마스터라 불린 연 감독의 필모그래피의 최상단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콘텐츠계 모든 이슈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완성도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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