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무대를 지배한다. ‘뮤지컬’이라는 장르만으로 정의할 수 없다. 문화의 장벽을 허문 하나의 사회를 노래한다. 극장 천장을 뚫는 뮤지컬 ‘킹키부츠’에서만 즐길 수 있는 환상의 쇼가 펼쳐진다.

장하다 ‘킹키부츠’! 그 어느 시즌보다 특별하다. 코로나 팬데믹을 이겨내고, 올해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았다. ‘킹키부츠’는 지난 9월7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건강하게 6번째 막을 올렸다. 공연은 11월10일까지 이어진다.

‘킹키부츠’는 전혀 다른 두 남자의 환상적인 팀워크를 그린 작품이다. 폐업 위기에 처한 구두 공장을 물려받은 ‘찰리’와 편견과 억압에 당당히 맞선 여장남자인 ‘롤라’가 만나, 남성용 80㎝ 길이의 부츠 ‘킹키부츠’를 세상에 선보이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등장했던 역대급 뮤지컬 배우들이 재정비해 돌아왔다.

금수저·애송이 도련님이 소중한 꿈을 위해 성장한다. 구두공장의 초보 사장 ‘찰리’ 역은 김호영, 이석훈, 김성규, 신재범이 책임진다.

익살스러운 ‘쥐롤라’는 잊어라! 본 공연에서는 폭주족의 드럼통 소리를 내뿜는 진짜 ‘롤라’를 만날 수 있다. 아름답고 유쾌하지만 박력 넘치는 남자 ‘롤라’ 역에는 ‘피켓팅(피가 튀길 정도로 치열한 티켓팅)’의 주역들인 최재림, 강홍석, 서경수 그리고 ‘은롤라’ 박은태가 컴백했다.

무언가 허술하지만 사랑스럽다. 상큼·발랄·귀여움 삼박자를 갖춘 ‘로렌’ 역은 김지우, 김환희, 나하나가 옷을 입었다.

주연 배우만큼 시선을 강탈하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엔젤’이다. ‘롤라’의 히든 컬러 ‘레드(Red)’를 한 층 더 부각한다. 복부에 선명한 ‘왕(王)’ 자를 새긴 우락부락한 근육질 몸매에 반전의 각선미를 뽐낸다. 커튼콜 땐 관객석까지 내려와 현란한 몸놀림을 자랑한다. 작품의 ‘다크호스’라고 불리는 ‘엔젤’ 역은 주민우, 한준용, 김강진, 최재훈, 전호준, 한선천이 연기한다.

◇ “진정한 남자다운 건 타인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거야.”

‘킹키부츠’는 단순 재미로만 보는 작품이 아니다. 복수, 짝사랑, 누군가 죽어야만 끝나는 결말을 가진 뻔한 스토리가 아니다. 강력한 넘버로 맞서도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다.

인생에서 누구를 만날지 모르고, 그 인연에 의해 인생이 바뀐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부정적인 속담 뜻을 정반대로 해석한 대표작인 셈이다.

혼란의 늪에 빠진 삶의 정체성을 외면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롤라’를 둘러싼 논란은 성정체성에 대한 혼돈이 아닌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 삶에서 받아들이는 생각의 차이를 일깨워준다.

용서와 희생의 목소리도 담겨있다. 아버지를 닮지 못한, 자신의 꿈만 바랐던 고집 그리고 이로 인한 그리움이 있다. 가진 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행복’이라는 따스함을 전한다.

‘희로애락(喜怒哀樂)’ 작품 전개의 피날레(Finale)는 역시 커튼콜이다. 배우와 관객이 하나로 어우러져 넘버 ‘Raise You Up’을 장식한다. 이미 붉은 물결로 장식한 관객 대부분이 지난 시즌 판매한 ‘절대반지’를 잊지 않고 챙겨왔다. 무대를 향해 야광빛을 밝히며 목청 터질 듯한 함성과 함께 춤을 춘다. 이것이야 말로 축제다.

배우 김지우는 첫 공연을 마치고 “코로나19 당시 우린 참 많이 슬펐다. 모두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날 것 같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젠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보다 ‘K-뮤지컬’이라고 자신하는가. ‘킹키부츠’는 공연 시작부터 커튼이 내려간 이후에도 입 벌리고 한참 여운을 느끼게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넘버를 흥얼거릴 정도로 세뇌당한다. 한국 배우들이 가진 파워와 이들이 전하는 감동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킹키’가 ‘부츠’했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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