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김민규 기자] “무조건 이긴다. 대구갔다가 수원으로 오겠다.”

연장 11회말 터진 짜릿한 끝내기다. ‘마법’ 같은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1루 슬라이딩 후 터져나온 함성을 듣고 ‘승리’를 확신했다. 4시간10분 연장 혈투에 마침표를 찍은 KT 내야수 심우준(29) 얘기다. 심우준은 잠실로 향해 ‘대구행’ 티켓을 거머쥐겠다는 필승(必勝)의 각오다.

심우준은 9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 LG와 경기에서 0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1볼넷 1타점으로 활약하며 6-5 승리를 이끌었다. 심우준은 연장 11회말 끝내기로 승부를 5차전으로 이었다.

그야말로 살얼음판 승리를 거둔 KT다. 5-5 9회말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마무리 투수 박영현의 호투 속에 맞은 연장 11회말 공격에서 KT가 기회를 잡았다. 선두타자 강백호가 좌측 2루타, 김상수 자동고의4구, 황재균의 희생번트 때 야수선택으로 무사 만루가 됐다. 1점이면 충분했다.

그런데 배정대(2루 땅볼)-천성호(삼진)가 물러나며 2사 만루로 몰렸다. 마지막 아웃카운트 하나. 심우준은 그라운드 볼을 친 후 1루까지 전력 질주했다. 타구는 LG 투수 정우영의 글러브를 스치면서 굴절됐고, 유격수 오지환과 2루수 신민재가 볼을 잡으려다 충돌했다. 그 사이 심우준은 1루를 밟았고, 3루 주자 김상수가 끝내기 득점을 올리며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심우준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1루 베이스만 보고 무작정 뛰었고, 슬라이딩까지 했다. 순간 환호성이 들렸다. 주자가 홈에 들어오는 것을 봤다”며 “초구 때는 부담이 있었다. 2구 파울이 났고, 내 자신에게 ‘오늘 주인공 해보자’고 중얼거렸다. 자신감 덕분에 안타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결승타를 친 순간을 떠올렸다.

공격이 전부가 아니었다. 심우준은 8회초 특유의 넓은 수비 범위로 상대 공격 흐름을 끊었다. 무사 1루 박동원의 안타가 될 수 있는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았다. 빠르게 2루로 송구했고 1루 주자 문보경의 2루 포스 아웃을 유도했다. 무사 1, 2루가 1사 1루가 됐고 결과적으로 8회초 실점을 ‘2’로 줄일 수 있었다.

관련해 심우준은 “잡을 수 있겠다 싶었고, 슬라이딩을 했다. 생각보다 타구가 오지 않아서 글러브가 꺾였다. 이악물고 2루로 강하게 던졌다”며 “마법이 아닌가 싶다. 세이프 타이밍이었는데, 스파이크가 들렸다. 그러면서 아웃이 됐다.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요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힘줘 말했다.

2승2패 승부는 원점. KT는 다시 잠실로 향해 역대 와일드카드 결정전 최초 ‘업셋’에 이어 또 한 번 ‘0%’ 확률에 도전한다. 심우준은 “무조건 이긴다. 대구 갔다가 수원으로 오겠다. 그리고 광주 갔다가 다시 수원으로 오겠다. 수원에서 마무리하고 싶다”며 “팬들이 많이 와줬으면 좋겠다. 우리도 그만큼 힘내서 더 높이 올라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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