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내 마음 속 MVP다.”

이런 외국인 투수가 또 있을까. 결정적인 순간 등판해 팀을 구했다. 몸을 사리지 않는다. 충분히 힘들 법도 한데, 내색조차 하지 않는다. LG 엘이에이저 에르난데스(29) 얘기다. 에르난데스는 준플레이오프(준PO) 전 경기 마운드에 올라 쾌투로 ‘대구행’을 이끌었다. 그야말로 LG ‘복덩이’다.

LG는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 준PO 5차전 KT와 경기에서 투타 모두 우위를 점하며 4-1로 이겼다. 시리즈 전적 3승2패. 1차전에서 2-3 아쉽게 졌다. KT ‘업셋 마법’에 눌린 듯 했다. LG는 2차전 7-2, 3차전 6-5로 이기며 PO행에 청신호를 켰다. ‘1승’만 남았다.

하지만 4차전 연장 승부 끝 5-6으로 졌다. 승부는 다시 원점. ‘지면 탈락’이란 외나무 승부였다. LG가 5차전 웃었다. 선발 투수 임찬규가 6이닝 1실점. 임찬규 다음으로 등판한 손주영과 에르난데스가 3이닝 무실점을 합작, ‘대구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특히 에르난데스 활약이 대단했다. 준PO 5경기 모두 등판해 7.1이닝 무실점 2세이브 1홀드로 시리즈 내내 뒷문을 책임졌다. 위기 때면 어김없이 마운드에 올라 팀을 구했다. 외국인 투수 최초 시리즈 전 경기 출전했다. LG 염경엽 감독이 “내 마음 속 MVP”라고 강조한 이유다.

PO행을 확정한 후 에르난데스는 취재진과 만나 “행복하다. 솔직히 나도 다 나올 줄 몰랐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잘 해내서 기쁘다”며 “무엇보다 팀이 이겨 기분이 최고로 좋다. 팀이 승리하려면 희생이 필요하다. 나는 우리 팀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마음이 있다. 좋은 결과로 이어져 만족스럽다. 행복하다”고 시리즈를 돌아봤다.

LG ‘승리’ 분위기를 만드는 데 에르난데스 역할이 컸다. 팀을 위한 그의 헌신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좋은 동기부여가 됐다. ‘선한 영향력’이다. 임찬규와 함께 시리즈 MVP에 오르기에 충분했다.

관련해 에르난데스는 “이번 시리즈에서 임찬규 활약이 정말 대단했다. (임)찬규가 MVP가 될만 하다고 생각한다. 나갈 때마다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팀 승리에 일조했다”며 MVP에 선정된 임찬규를 축하했다.

커리어에서 마무리 투수를 해본 적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그는 3차전, 5차전 클로저로 출격해 세이브를 수확했다.

에르난데스는 “(클로저는)큰 책임감이 필요한 보직이다. 하면서 느낀 것이 클로저는 50대 50인 것 같다. 내게 새로운 기회가 왔고, 잘 하는 것을 마음껏 해서 좋았다”며 “안 좋은 점은 정신적인 부분이다. 실수하면 끝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클로저는 장단점이 공존하는 것 같다”고 클로저 역할에 대한 속내를 털어놨다.

다만 그는 5차전 세이브 후 동료들과 세리머니를 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해냈다는 마음이 들었다. 세리머니를 할 때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일단 경기를 잘 끝냈고 마무리를 지었다는 희열과 쾌감을 동료들과 공유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제 대구로 향해 삼성과 PO를 치른다. 에르난데스는 상황이 된다면 PO 역시 모든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제든 나갈 것이다. 이겨야 한다. 상황이 된다면 PO에서도 5경기 모두 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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