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이라크전 ‘믿을맨’은 배준호(21·스토크시티)다.
홍명보호의 왼쪽 윙어 라인은 붕괴했다. 주장이자 공격의 핵심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허벅지 부상으로 10월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2연전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설상가상 지난 10일 요르단과 원정 경기에서 황희찬(울버햄턴), 엄지성(스완지시티) 모두 부상으로 쓰러졌다. 선발 출전한 황희찬은 왼쪽 발목, 교체로 들어간 엄지성은 왼쪽 무릎을 다쳤다. 둘은 이라크전 출전이 불가능해 소집 해제됐다.
공교롭게도 영국에서 뛰는 세 선수가 모두 이탈했다. 남은 왼쪽 윙어는 배준호뿐이다. 배준호도 영국에서 뛴다.
그는 요르단전에서 엄지성 대신 교체로 들어가 맹활약했다. 오현규의 쐐기골을 도왔고, 기민한 드리블과 영리한 플레이로 요르단 수비를 줄기차게 흔들었다. 긴 시간을 뛴 건 아니지만 인상적인 활약으로 홍명보 감독에게 눈도장을 받았다
배준호는 2003년생으로 어리지만 축구 지능이 뛰어나다. 경기에 기복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공의 흐름을 살리는 드리블, 탄탄한 기본기, 이타적인 플레이로 동료를 살리는 능력까지 탁월하다. 유럽 진출 후엔 피지컬까지 강화해 몸싸움, 수비 가담 능력까지 향상했다. 왼쪽에 손흥민이 없다면 당장 주전으로 뛰어도 이상하지 않을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배준호가 들어가면 공격 패턴이 다양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는 개인기를 통해 수비를 무너뜨리기도 하지만 동료를 이용하는 플레이까지 뛰어나다. 직접 해결할 때, 동료와 주고받을 때를 정확하게 구분한다. 반대편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다채로운 플레이를 구사할 수 있다.
홍 감독은 황희찬, 엄지성 대체 선수로 이승우, 문선민(이상 전북 현대)을 발탁했다. 5년 만의 대표팀 승선이라 이승우가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냉정하게 대체 선수다. 26인 안에 포함된 배준호가 맹활약한 상황에서 이승우의 선발 출전을 예상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이승우는 조커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배준호에게도 기회다. 아직 대표팀에 정착하지 못했다. 잠재력, 가능성은 인정받지만 당장 주전으로 뛸 만한 입지를 보유한 선수는 아니다. 이라크전 선발 출전을 통해 다시 한번 눈도장을 찍는다면 배준호는 홍명보호에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배준호는 왼쪽 윙어뿐 아니라 오른쪽 윙어, 공격형 미드필더, 섀도 스트라이커로도 활약할 수 있다. 멀티 플레이어 성향이 강한 선수라 일단 좋은 활약만 보인다면 손흥민, 황희찬 등이 복귀한 후에도 자신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다. 배준호 입장에서도 놓쳐서는 안 될 이라크전인 셈이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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