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용인=김용일 기자] 더는 ‘언성 히어로’가 아니다. 축구대표팀 홍명보호에서 ‘히어로’로 거듭나고 있다. 실력에 인품을 겸비, ‘참리더’로 불리는 이재성(32·마인츠)이다.
그는 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4차전에 선발 출격해 후반 37분 이명재의 왼발 크로스를 벼락같은 헤더 결승골로 연결,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앞서 1-1로 맞선 후반 29분 오현규의 골까지 도운 이재성은 1골 1도움으로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3연승을 달린 한국은 3승1무(승점 10)를 기록, 선두 자리를 지키며 독주 체제를 갖췄다.
이재성은 홍 감독 부임 이후 붙박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며 공격을 지휘하고 있다. 그는 과거부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보다 많은 활동량과 헌신적인 압박, 키패스 등으로 공격 엔진 구실을 했다. 홍 감독 부임 이후엔 2선 전 지역을 누비며 기존 역할 뿐 아니라 해결사 노릇까지 한다. 지난 10일 요르단과 원정 3차전에서 전반 헤더 선제 결승골을 넣은 그는 이라크전까지 2경기 연속 ‘V 득점’에 성공했다.
한국 사령탑 후보로 이름을 올린 적이 있는 상대 수장 헤수사 카사스(스페인) 감독도 이재성의 활약을 치켜세웠다. 그는 “10번 이재성이 가장 눈에 띄었다. 우리가 이재성의 포지셔닝을 잘 대처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본인은 손사래 쳤다. “내가 잘 한 게 아니다. (득점 때) 워낙 좋은 크로스여서 머리만 갖다 댔을 뿐”이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또다시 ‘리더의 품격’이 느껴졌다. 이재성은 “이번 2연전은 내 활약보다 어린 선수의 활약이 더 의미 있고 긍정적”이라며 요르단전부터 존재감을 보인 배준호(스토크시티) 오현규(헹크) 등을 치켜세웠다. 또 “후배들이 나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 초심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부상으로 빠진 ‘캡틴’이자 동갑내기 손흥민(토트넘)도 언급했다. “내가 먼저 연락했다. 그동안 너무나 많이 고생했고 정신·육체적으로 힘들었을 텐데 충분히 쉬기를 바랐다. 이번에 선참으로 많은 부담을 느꼈는데 그만큼 흥민이가 얼마나 큰 책임으로 임했는지 실감했다.”
경기에 뛰지 못한 선수도 챙겼다. 그는 “대표팀에서 와서 뛰지 못하는 건 힘든 일인데 내색하지 않고 희생해 준 선수가 있다. 모두 기억해 주셨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런 이재성의 진심이 세대교체 과정에 놓인 대표팀에 스며들며 ‘원 팀’ 동력이 되고 있다.
그는 홍 감독 체제 축구에 대해서도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감독께서는 공격에서 유기적으로 자율성을 많이 준다. 수비는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선호한다”며 “선수들이 편하게 즐기는 것 같다. 이제 두 번째 소집이니 앞으로 더 안정적으로 색깔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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