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활약이 마냥 저조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른 차이가 너무 크다. 주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 마치 다른 사람처럼 타석을 소화한다. 빅리그에서 첫 가을, 무주자시 침묵하는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30)다.

오타니는 지난 15일(한국시간) 뉴욕 메츠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2차전까지 총 7번의 가을 야구를 치렀다. 그런데 7경기 모두 주자가 없을 때 단 하나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했다. 1번 타자로서 가장 먼저 타석에 서는데 19타수 무안타 2볼넷 10삼진이다. 두 차례 출루는 했지만 특유의 장타로 점수를 뽑거나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주자가 있을 때는 완전히 달라진다. 홈런 하나 포함 8타수 6안타 5타점이다. 그러면서 포스트시즌 타율 0.222 OPS(출루율+장타율) 0.677을 기록하고 있다. 표본이 적지만 징크스처럼 무주자시와 유주자시 차이가 크고 상대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15일 메츠 선발 투수 션 마네아가 그랬다. 1회말 오타니와 첫 승부부터 적극적으로 임했다. 3회말 오타니가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설 때도 거침없이 오타니와 정면 승부해 삼구삼진으로 오타니를 돌려세웠다. 무주자시 오타니가 침묵하고 있는 것을 머릿속에 넣은 듯 오타니를 상대했다. 5회말 오타니의 세 번째 타석 또한 베이스는 텅 비었다. 오타니는 마네아의 2구 스위퍼에 1루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1차전과는 정반대였다. 1차전에서 오타니는 두 번의 유주자 찬스에서 모두 안타를 터뜨렸다. 상대가 변화구 위주로 승부하면 인내심을 발휘했다.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던지면 적극적으로 쳤다. 내셔널리그 MVP 영순위답게 찬스에서 유독 날카로웠다.

하지만 전반적인 타격감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이대로라면 좋은 공을 주지 않는 포스트시즌 특성상 슬럼프가 더 길어질 수 있다. 메츠 선발진이 3차전 선발 루이스 서베리노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기교파 좌투수인 것도 오타니에게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타순 변화가 정답일지도 모른다. 오타니는 정규시즌 90경기에서 1번 타순, 69경기에서 2번 타순에 자리했다. 하위 타순에서 찬스를 만들지 못할 경우를 고려해 2번 배치해 주자가 있는 상황을 마주하게 만드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챔피언십 시리즈는 1승 1패 원점이 됐다. 오는 17일에 열리는 3차전부터 5차전까지 무대는 메츠 홈구장 시티필드다.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2차전 패배 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는 상당히 강한 상대와 시리즈를 치르고 있다. 그래도 우리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서 승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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