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울롯데호텔월드=김동영 기자] “박수 못 받을 것 같아요.”

KIA 통합우승을 이끈 주전 유격수다. 그런데 마음고생이 심한 듯하다. 한이 맺혔다고 하면 과할까. KIA 박찬호(29)가 울분 아닌 울분을 토했다.

박찬호는 2024시즌 134경기, 158안타, 타율 0.307, 5홈런 61타점 86득점 20도루, OPS 0.749를 기록했다. 수비도 빼어나다. 수비이닝 1120.1이닝으로 전 포지션에서 2위다. 당연히 유격수는 1위. 리그 최고를 다투는 유격수다.

골든글러브 수상 가능성도 높다. 박성한(SSG)과 경쟁한다. 유격수 자리가 최대 격전지라 한다. 팀 성적에 비중을 둔다면 박찬호가 조금 더 유리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각 포지션 최고 수비수를 뽑는 KBO 수비상을 받았다. ‘수비 잘하는 선수’로 공인받았다. 다음은 골든글러브다. 정작 박찬호 마음은 편치 않다.

26일 KBO 시상식장에서 만난 박찬호는 “난 골든글러브 욕심을 언론에 말한 적이 없다. ‘언론플레이 한다’고 하더라. 안 받아도 된다. 그런 소리 들으면서까지 받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내가 할 일을 열심히 할 뿐이다”고 강조했다.

일부 팬들의 비난에 시달렸다. ‘김도영을 유격수로 써야 한다’는 팬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과격한 팬들은 ‘박찬호를 내보내야 한다’는 말까지 한다. 김도영도 난감하고, 박찬호는 아픔을 겪는다. 심지어 둘은 친하다.

박찬호는 “골든글러브 시상식 참석 고민하고 있다. 작년에는 못 받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박수받을 수 있는 2등이라 생각했다. 구단 제의에 흔쾌히 ‘가서 축하해주고 오겠습니다’ 했다”고 짚었다.

이어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받아도 박수 못 받을 것 같다. 현장에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반감 갖고 보는 사람도 많다. 이해한다. 대신, 나는 진짜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데 화젯거리가 되더라. 상처받는 건 나와 내 가족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못하는 선수라면 수비상도 받을 수 없다. 2023시즌보다 더 높은 타율을 기록했고, 수비도 좋았다. 한국시리즈에서도 공수 좋은 모습을 보이며 우승을 이끌었다. 골든글러브 자격 충분하다.

박찬호는 “개인 지표는 어느 정도 만족한다. 올해가 최고여서는 안 된다. 선수가 wRC+(조정득점생산력)를 신경 쓰면서 야구를 할 수는 없다. 개인적인 지표 자체는 작년보다 올랐다. 그래서 만족한다고 말하고 싶다. 팀도 우승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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