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굳은 얼굴이었다. 긴장한 듯 눈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숨소리를 천천히 고르고 집중해서 말하려고 노력했다. 평소 어떤 자리에서든 여유 있었던 모습은 사라졌다.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마이크 앞에 섰다. 사생활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배우 정우성은 상기돼 있었다.
정우성은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홀에서 제4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1312만 관객을 모으며 올해 한국영화 최다관객을 모은 ‘서울의 봄’은 최다관객상과 작품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을 비롯해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정우성은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청룡영화상 참석을 앞둔 정우성은 데뷔 후 가장 심각한 스캔들에 휘말렸다. 모델 인플루언서 문가비가 낳은 아들의 친부인 것이 확인됐다. 혼외자를 낳은 것이다. 정우성은 결혼은 하지 않겠지만, 아이는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혼외자는 논란의 대상이었지만, 이후 나온 파문은 이미지 실추의 직격탄이었다. 10년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으며, 한참 어린 여성과 즉석 사진 부스에서 찍은 사진도 포착됐다. 이후 커뮤니티에 정우성이 안면도 모르는 여성에게 인스타그램 DM을 보낸 정황이 드러났다. 소속사는 “사생활은 확인불가”라는 모호한 입장을 냈다. 사실이 아닐 경우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기존 대응을 비췄을 때 사실일 것이란 추측에 힘이 실렸다.
워낙 파문의 큰 탓에 청룡영화상 참석을 거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현장에서 얼굴을 비추는 게 너무 힘들 것이란 예상이었다. 하지만 정우성은 이날 참석으로 논란에 정면돌파했다.
‘서울의 봄’이 최다관객상을 받자 정우성은 무대에 올랐다. 활짝 웃는 얼굴로 소감을 밝힌 황정민과 대조되는 굳은 표정으로 무대에 오른 그는 “정우성입니다”라고 입을 뗐다.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정우성은 “우선 ‘서울의 봄’을 관람해주신 모든 관객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저는 오늘 ‘서울의 봄’과 함께했던 모든 관계자들에게 저의 사적인 일이 영화의 오점으로 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어렵게 입을 뗐다.
이어 “저에게 사랑과 기대를 보내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염려와 실망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씀드린다. 모든 질책은 제가 받고 또 안고 가겠다. 또 아버지로서 아들에 대한 책임은 끝까지 다할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아버지가 됐다고 밝히고 끝까지 책임을 인정했다. 사생활 논란에 대해서는 자신을 질책해달라는 사과의 말이었다. ‘서울의 봄’에 대해서는 예우를 갖추는 태도였다. 시상식도 끝까지 함께했다. 작품상 수상 무대에도 다시 서는 등 시상식에도 특혜를 요구하지 않았다.
종종 얼굴이 잡혔지만, 조금도 웃지 않았다. 지난해 흥행과 평단의 호평을 고루 잡은 ‘서울의 봄’의 다른 멤버들처럼 즐길 수 없었다. 그저 박수만 쳤다. 국내 최정상 배우의 영광과 상처가 동시에 보였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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