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미국은 스포츠의 나라다. 정치권도 우승팀에 예우를 갖춘다. 백악관이 북미 4대 프로스포츠(MLB,NFL,NBA,NHL) 우승팀을 초청하는 행사도 예우의 연장선이다.
올해 월드시리즈(WS) 우승팀인 LA 다저스도, 내년 백악관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MLB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이 주목받는다. 둘 다 190㎝대 신장이라 한 앵글을 가득 채울 듯하다 하다.
그런데 트럼프 당선자는 백인 우월주의적인 성향으로 논란을 일으킨 사례가 많다. 지난 2017년 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NFL선수들이 국가제창시 무릎을 꿇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을 때 강하게 비판했다. 아예 NFL에 금지요청을 했다.
이로 인해 많은 운동선수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거부했다. 당시 르브론 제임스는 “우리가 우승해도 백악관은 가지 않겠다”라고 선언했고, 그해 WS 우승팀인 보스턴 레드삭스 선수 중 일부는 백악관 방문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래서 오타니가 트럼프를 만나는 건, 단순히 스포츠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는다.
트럼프의 차별적 발언과 정책은 미국내 아시아인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에 트럼프는 ‘중국 바이러스’라는 표현을 쓰며, 아시아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추겼고, 실제로, 미국 내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급증했다. 재미 한국인도 큰 피해를 봤다.
물론 오타니가 트럼프를 만나, 인사말 이상의 정치적·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트럼프도 2018년 아베 신조 총리에게 “쇼헤이는 대단하다. 치고 던지고 마치 베이브 루스같다”라는 덕담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다저스가 연고를 둔 캘리포니아 지역은 반 트럼프 정서가 특히 강한 곳이다. 이 지역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멜팅존으로 트럼프의 상대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의 고향이며 정치적 배경이기도 하다. 현재 다저스엔 반 트럼프 성향을 드러낸 인물도 있다. 2018년 보스턴의 우승을 견인한 무키 베츠다. 그는 이미 트럼프와의 만남을 한차례 거부했다.
내년 백악관 초청행사에서 엉뚱한 인종차별이나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 도마에 오를 가능성은 적다. 아직까진 그렇다. 하지만 오타니 입장에서 고민될 부분은 분명 있어 보인다. 오타니는 ML을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하며, 여러 아시아계 선수의 입장을 대표할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세계 야구인 중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오타니와 다시 백악관에 입성한 트럼프의 만남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라 여러 정치적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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