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이제 ‘감독 정경호’다.

강원FC는 6일 새 사령탑으로 2024시즌까지 수석코치로 일했던 정경호(44) 감독을 선임했다.

정 감독은 K리그에서 ‘브레인’으로 정평이 난 지도자다. 정식 감독을 한 적은 없지만 지난 10년간 울산대, 상주 상무(현 김천 상무), 성남FC, 강원을 거쳐 코치로 오랜 기간 일하며 역량을 인정받았다. 특히 해박한 축구 이론을 실제 팀에 입히는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성과도 많다. 상주, 성남에서 수석코치로 일하며 팀의 뼈대를 만들었다. 올해가 백미였다. 윤정환 감독을 도와 강원의 세련된 축구를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황문기, 이유현, 이기혁 등의 포지션 변화를 추진한 것도 정 감독이었다. 윤 감독을 비롯해 강원에서 상을 받거나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은 하나 같이 “정경호 코치님께 감사드린다”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그만큼 영향력이 컸다는 의미다.

강원 김병지 대표이사가 윤 감독과 결별하고 정 감독을 선임한 것도 지난 1년6개월 동안 지도자로서 일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관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감독으로서 팀을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실제로 정 감독은 전술적인 능력뿐 아니라 리더십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역 시절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만큼 선수 커리어의 무게감도 있다. 여러 면에서 장점이 돋보이는 지도자다.

나름의 성과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정 감독은 웬만한 중견 감독 이상의 경험을 쌓았다. 확실하게 색깔을 만들 줄 알면서도 이상과 현실의 중간 지점 사이에서 절묘하게 줄타기를 할 줄 아는 지도자가 바로 정 감독이다. 초보 사령탑이지만, 우려보다는 기대를 받는 이유다. 그는 지난 8시즌 동안 K리그 무대에서 쉬지 않고 일했다. 리그 흐름과 상대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꿰뚫고 있다.

국내 축구계에서 흔치 않은 숨은 고수로 유명했던 탓에 K리그 전체가 정 감독의 일인자 행보에 관심을 보인다. 착실하게 코스를 밟아 결국 사령탑이 된 그의 새로운 여정에 시선이 쏠린다.

성공을 마냥 보장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정 감독은 2인자로 사령탑 뒤에서 활약했다. 코치와 감독은 다르다. 해야 할 일도, 책임질 일도 훨씬 많다. 2인자일 때와는 무게감도, 책임감도 더 무겁다. 코치로 잘했다고 감독으로 잘할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강원은 전력 누수가 불가피하다. 양민혁이 잉글랜드로 떠났고, 황문기는 병역 문제로 인해 자리를 비운다. 팀의 핵심을 두 명이나 잃은 채로 비시즌을 시작한다. 팀 형편상 압도적인 선수를 영입할 수도 없다. 설상가상 2025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나가야 한다. 자칫 힘의 분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정 감독도 이 현실을 잘 안다. 그는 2018년 K리그1 준우승을 차지한 뒤 이듬해 강등된 경남FC 사례를 기억하고 있다. 정 감독은 “올시즌 강원 동화는 끝났다. 역사를 돌아보면서 배운 것이 많다. 경남이 강등당할 때도 나는 K리그1에서 수석코치로 일했다”라면서 “그때를 잘 생각하고 있다. 선수들의 절박함, 절실함 등을 보고 싶다. 그게 있다면 자신 있다”라는 말로 선수들의 열정과 초심을 갖고 강원 동화 시즌2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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