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무의 환생, 영감을 불어넣은 천상의 목소리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뮤지컬 ‘마타하리’는 옥주현의 공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난 5일 개막한 ‘마타하리’가 올해 4번째 시즌을 맞았다. 최정상 창작진과 역대급 캐스트의 만남으로 무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혹은 더 강렬해졌다.

K-뮤지컬의 한 획을 그은 세계적인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은 6일 LG아트센터 서울 3 클래스룸에서 열린 ‘마타하리’ 공연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작품의 탄생 배경을 소개했다.

이날 와일드혼은 배우 겸 가수 옥주현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이유는 당연했다. 그는 옥주현의 목소리에서 영감을 받아 ‘마타하리’의 넘버들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와일드혼과 옥주현의 인연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와일드혼은 휘트니 휴스턴, 나탈리 콜 등 세계적인 디바들과 작업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한국에서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드라큘라’, ‘시라노’, ‘몬테크리스토’ 등의 음악을 작곡해 이미 유명하다.

범접하기 힘든 그의 스케일에 옥주현이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건 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 김지원 부대표의 소개 덕분이다. 김 부대표는 와일드혼에게 옥주현의 노래를 들려줬다. 와일드혼과 그의 브로드웨이 동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옥주현의 목소리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와일드혼에게 운명처럼 찾아온 옥주현은 ‘마타하리’의 초석이었다. 그는 “옥주현이 ‘몬테크리스토’의 ‘빅 송(Big Song)’을 불렀다. 온 세상이 내 것이 된 듯 그때의 레코딩을 절대 잊지 못한다”고 했다.

◇ 韓 국제 수준의 음악인 많아…K-뮤지컬과 동행 이어간다

옥주현으로부터 새로운 영감을 받은 와일드혼은 김 부대표와 함께 여성 중심 소재의 공연 작업에 돌입했다.

와일드혼과 EMK의 협업은 빠르고 순조롭게 진행됐다. 첫 만남이 있은 지 2년 후인 2016년 3월 블루스퀘어에서 한국 초연을 올렸다. 무대 중심에 ‘마타하리’ 역 옥주현이 섰다.

와일드혼은 “공연을 제작하면서 지키는 원칙이 있다. 큰 캐릭터를 설정해 일상에서 보지 못하는 비범한 캐릭터와 중요한 상황을 이끄는 인물에 대해 쓰려고 한다. ‘마타하리’가 대표적”이라며 “어떤 언어로 불러도 대단할 옥주현의 목소리는 노래에 대한 진실과 열정을 모두 갖췄다”고 전했다.

옥주현에 대한 특별한 애정은 계속됐다. 와일드혼은 “특정 인물을 위해 공연을 만드는 건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옥주현은 마치 재즈 색소폰과 같은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를 연주한다. ‘마타하리’는 옥주현의 공연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옥주현은 “10년 전쯤 와일드혼의 음악을 내 앨범에 담았다. 그의 음악을 접하면서 가사 없이 알몸인 상태에서 소울(Soul)을 느끼려고 했다. 그래서 가사대로 듣지 않고, 와일드혼의 멜로디를 먼저 불러본다. 이 과정에서 그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기승전결 멜로디로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 말도 안 되는 것을 부르다 보면, 와일드혼이 어떤 색깔과 텍스처를 바라는지 알 수 있다. 그는 분명하고 선명하게 제시한다. 어떤 언어든 멜로디 안에서 충분히 이해한다면, 이를 전달할 수 있는 좋은 길잡이가 돼준다”며 “이 감정을 내 심장에서 꺼낼 수 있게 해줘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와일드혼의 손을 거친 ‘마타하리’를 비롯해 ‘지킬 앤 하이드’, ‘시라노’, ‘웃는남자’ 등이 현재 연이어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에는 옥주현, 김준수, 홍광호, 박효신 등 국제 수준의 음악 재능을 가진 배우들이 많다. 뉴욕, 런던 등 전 세계 가수들과 작업한 것과 같이 한국 배우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래를 만들고 있다”며 후속작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와일드혼과 그의 음악적 ‘베스트 프렌드(Best Friend)’ 옥주현이 함께 펼치는 ‘마타하리’는 내년 3월2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에서 이어진다. gioia@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