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팀이 원하면 올라가면 된다.”

충성도와 성실성은 리그 최고 수준이다. 팀이 필요할 때 선발로 나갔고, 불펜으로 등판했다. 빼어난 성적도 냈다. 하필 2024시즌 주춤했다. 그리고 프리에이전트(FA)가 됐다. 500억원 넘게 풀린 시장인데 감감무소식이다. 임기영(31) 얘기다.

임기영은 2024시즌 37경기 45.2이닝, 6승2패2홀드, 평균자책점 6.31을 기록했다. 선발로 세 차례 등판했고, 나머지는 다 불펜이다.

2023시즌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64경기 82이닝, 4승4패16홀드3세이브, 평균자책점 2.96을 쐈다. 단 한 번의 선발 등판 없이 만든 수치다. ‘멀티 이닝’을 밥 먹듯 했다. 4이닝 경기도 있다.

그래도 잘 던졌다. 지난해 임기영은 “선발에서 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 욕심보다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게 먼저다. 선발-불펜이 다 된다면 그것도 내 가치 아닐까”라며 웃었다.

또한 “혹사 얘기도 나오는 것 같던데, 좋을 때 자주 나가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생각이다. 멀티 이닝도 문제없고, 체력 또한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강하게 각오를 다졌는데, 2024시즌 흔들리고 말았다. 새로 도입된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 직격탄을 맞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포심 평균 구속도 대략 시속 3㎞ 정도 빠졌다. 이쪽은 2023시즌 여파로 보는 이가 적지 않다.

어쨌든 결과는 나왔고, 가치가 떨어진 시점에서 FA가 됐다. ‘재수’를 택할 수도 있었으나, 주어진 권리를 행사하기로 했다. 그리고 찬바람을 오롯이 맞고 있다.

총 525억원이 쏟아진 시장이다. 100억원대 계약 한 건, 70억원대 계약 두 건이다. 50억원대 계약도 두 건 터졌다. 이외에 크고 작은 계약이 나왔다.

아직 미계약자도 9명이나 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임기영이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준수한, 혹은 그 이상 실적을 냈으나 2024시즌 부진에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다. FA가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라는 점도 있다.

대신 호재가 될 수 있는 점은 보인다. ABS 조정이다. 전체적으로 존을 ‘아래로’ 내렸다. 크기 변화는 없이, 이동만 했다. 2024시즌은 높은 코스가 관건이었다면, 2025년은 낮은 쪽이 핵심이 될 수 있다.

신장 180㎝ 선수라면 약 1㎝ 정도 존이 내려갔다. ABS 존에 ‘묻기만’ 해도 스트라이크다. 1㎝가 단순한 1㎝가 아닐 수 있다.

체인지업이 주무기인 임기영에게 꽤 크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구단별 FA 영입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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