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국회를 봉쇄하라는 지시를 받고 헬기에 올라탔습니다. 국회 경내 운동장에 착륙한다는데, 지형도 모르고 도면도 없어서 티맵을 켜고 캡처해서 동선 파악했습니다.”

깜짝 놀랄 발언이다. 구글, 카카오, 네이버도 아니고 티맵?

그것도 확실한 임무도 부여받지 못한 채 헬기에 올라탄 다급한 상황에서 티맵이라니!

계엄 당시 국회에 투입됐던 육군 특수전사령부 예하 707특수임무단 김현태 단장(대령)은 9일 국방부 청사 건너편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구조 파악을 위해 내비게이션 서비스인 티맵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작전 지역인 국회 구조를 몰라 상공에서 티맵을 활용, 국회 본청 건물과 헬기 착륙이 가능한 운동장 위치를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운동장은 본청 바로 뒤편에 있다. 착륙 후 본청 후문을 중심으로 양옆 출입구를 봉쇄해 가면서 정문까지 막으면 완전 봉쇄가 가능하다.

김 단장은 “국회 본청 출입구가 어디에 몇 개가 있는지도 모르고, 문만 잠그고 문 앞을 지키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며 “건물을 봉쇄하고 무기사용을 금한다는 사령관 말에 건물 출입문을 잠그고 이동만 차단하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왜 그 많은 모바일 지도를 두고 티맵을 켰을까. 티맵은 모빌리티맵, 그러니까 도로 운전자용 내비게이션이다.

헬기로 이동 중에 교통상황을 확인할 리 만무하다.

습관처럼 이용하던 길 찾기 앱으로 유추할 수 있다. 그만큼 다급했고, 준비 없이 작전에 투입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707특임대는 고도로 훈련된 특수부대다. 이 부대 지휘관이라면, 일반인은 모르는 티맵만의 독자 기술이 있는 걸까?

티맵은 2002년 세계 최초 모바일 내비게이션을 출시, 현재 월 사용자 약 1400만 명이다. 이는 국내 내비게이션 서비스 분야 점유율 75% 수준이다. 국내 운전면허 소비자의 약 60%, 등록 차량 수 약 78%, 등록 승용차 수 약 96%가 이용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티맵을 비롯해 네이버 지도, 카카오맵 등 국내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은 국토지리정보원을 통해 수치지형도 및 항공사진 등을 받아 사용한다. 이처럼 지도상 장소 정보는 모두 유사하다. 다만 지도에 표시되는 단면도, 3D 지도, 위성 지도 등 기능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위성 지도의 경우 국회와 같이 특수성을 가진 위치에 대해서는 제한된 정보를 제공한다. 이중 티맵은 항공사진과 CCTV를 활용해 좀 더 자세한 위치 서비스를 지원한다.

군 관계자는 “707이 특정 지도 앱을 사용한 건 개인 선호에 따라 참고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군 작전 수행 시 특정 앱 사용 또는 통제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비상계엄이라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누구를 위한 작전 투입인지 의문을 둔 밤이었다.

최대한 빨리 국회를 봉쇄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이 지시에 따라 임무 수행 중 평소 자주 사용하던 앱에 의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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