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무안=조광태 기자] 유족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평온한 휴일 아침에 일어난 믿을 수 없는 참사. 황망한 표정으로 전남 무안국제공항을 찾은 사고 항공기 탑승자 가족들은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 명단이 나올 때마다 오열하거나 실신했다.
상상하기 힘든 참사다. 승객 181명(승객175명,승무원6명)을 태운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29일 오전 9시3분께 무안공항 활주로에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외벽에 부딪혀 폭발했다.
국토교통부와 무안공항, 소방청,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등이 사고 원인 파악과 수습에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희생자 가족들의 슬픔까지 헤아릴 여유까지는 찾지 못했다.
이날 오후 5시까지 확인된 생존자는 두 명. 승무원으로 알려진 생존자 중 한 명은 이날 오후 서울 이대병원으로 후송됐고, 다른 한 명은 목포 중앙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소방청은 “태국인 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 승객은 모두 한국인이며, 대부분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국토부 브리핑을 통해 알려진 바로는 사고 항공기는 애초 오전 8시30분 착륙 예정이었지만, 복행(Go Around)한 뒤 긴급 착륙을 시도했다. 착륙 3분 전 무안공항 관제탑에서 ‘조류 충돌 경보’를 발령했고, 1분 뒤 조종사가 “메이데이(응급상황)”를 선언했다. 그리고 2분 뒤 공항 활주로를 벗어나 외벽에 부딪혔다.
정부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에 나선 국토부 주종완 항공정책실장은 “항공철도사고 조사위원회 조사관 엿서 명이 현장에서 초동 조사 중이다. 소방 490명 군 340명 등 1562명이 사고 대응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항절차상 복행한 게 맞는데, 크게 돌아 착륙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으로 파악했다. 사고 원인에 관해서는 음성기록장치 등을 수거해 분석해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12시께 무안공항에 도착했더니 구급대원과 경찰 등이 사고현장 인근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을 펼쳤다. 강한 충돌 탓에 20~30m 튕겨져 나간 탑승객들을 흰색 천으로 덮어 옮겼다. 공항 내부는 아비규환 자체였다.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탑승객 가족들은 우왕좌왕하는 관계자들에게 울분을 토해냈다.
사고발생 네 시간가량 지난 오후 1시께 소방 관계자가 탑승객 가족을 대상으로 사고 경위와 상황을 설명하겠다고 하자 100여명이 넘는 사람이 회의실로 몰려들었고, 이내 통곡소리로 가득찼다.
작은 희망이라도 얻기 위해 “생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이냐”라고 묻는 가족 누군가의 질문에 이정현 무안소방서장이 “안타깝지만…”이라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아이고! 어떻게…”라는 소리가 회장을 가득 채웠다.
오후 5시 현재 132명이 사망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실신하거나 바닥에 주저앉는 사람도 보였다.
사고 소식을 접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그는 무안군청에서 2차 중대본 회의를 개최하고 “모든 관계기관이 협력해 구조와 피해 수습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현장에 설치된 통합지원본부를 통해 피해 수습과 지원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중대본을 중심으로 필요한 모든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점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도 진심으로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