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마블 시리즈 영화는 전작을 봐야 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이 장벽 앞에 무릎을 꿇는 관객들이 꽤 많다.
지난 12일 개봉한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역시 이런 장벽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다만, ‘데드풀과 울버린’(2024) 때처럼 불친절하진 않다. 마블 세계관을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로 만들었다. 거기다 전 세계 자원전쟁을 빗댄 이야기까지 지루할 틈이 없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에 처음 등장한 이후 첫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번스 분)의 든든한 동료이자 또 다른 히어로 팔콘 역으로 활약한 샘(앤소니 매키 분)이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로 비브라늄 방패를 건네받았다.

새 캡틴 샘은 ‘슈퍼 혈청’을 맞지 않았다. 그렇기에 맨몸으로 적들과 맞선다. 물론 방패와 날개가 있긴 하지만, 스티브 로저스에 비할 바는 아니다. 어딘가 힘이 부족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멋진 신세계’(브레이브 뉴 월드)라는 부제에서 파생된다. 인간의 출생과 자유까지 통제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 세계를 묘사한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을 본뜬 제목이다.
철저하게 인간을 조종하는 약물과 새로운 자원 ‘아다만티움’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두 축이다. 특히 자원을 둘러싼 미일동맹의 갈등과 세계 각국의 외교 분쟁은 꽤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또한 대통령직에 오른 새디어스(해리슨 포드 분)는 암살 위협에 직면하는 동시에 스스로 최면에 걸려 종국에는 헐크로 변신하는 모습까지 마블의 헤리티지를 잃지 않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영화는 중반부를 지나며 빌런인 생물학 박사 새뮤얼 스턴스(팀 블레이크 넬슨 분)가 체포되며 위기가 종식되는 듯하다. 재미는 여기서 시작된다. 꺼진 것 같은 서사가 다시 추동력을 얻는 건 새뮤얼이 심어놓은 장치가 작동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유튜브가 기폭제가 돼 폭동을 일으키는 현실의 이야기처럼 새뮤얼은 대통령을 감마선으로 조정해 헐크로 변신하게 만든다. 백악관을 부수고 국정을 마비시키는 장면에선 인간의 뇌와 호르몬을 조정해 괴물로 바뀌게 만드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새삼 깨닫게 한다.
영화는 히어로물의 재미를 잃지 않았다. 마블 세계관도 이어진다. 기존 팬들도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동시에 세계 각국의 벌이고 있는 자원전쟁 등 정치적 메타포를 영리하게 심어놔 곱씹을 만한 점도 많다.
2시간 내내 긴장감을 놓기 힘든 탄탄한 서사와 촘촘히 엮은 인물관계가 인상적이다. 앤서니 매키 연기는 ‘맨 인 블랙’의 윌 스미스를 떠올리게 할 만큼 ‘흑인 히어로’의 매력을 물씬 풍겼다. 83세 해리슨 포드가 보여준 노장의 연기 투혼 역시 두말할 나위 없이 좋았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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