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대한적십자사가 올해 헌혈 답례품으로 구매한 영화 관람권 가격을 두고 영화계가 뒤숭숭하다. 극장 티켓 가격의 4분의 1수준으로 계약을 하고 있어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스포츠서울이 지난 14일 적십자사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영화 티켓 한 장에 3924원에 롯데시네마와 계약했다. 평일 관람권 정가(1만4000원)의 28% 수준이다. 총액 25억원 규모로 약 65만 3000장이다. 이번 응찰에는 CGV와 메가박스는 참여하지 않았다.
문제는 해마다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적십자사는 한 해 두 차례 입찰 공고를 내고 있다. 2022년 하반기 4599원이었던 가격은 2023년 하반기 4039원까지 내려갔다. 2024년 상반기 3621원까지 내려가며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극장의 수요와도 맞물려 있다. 코로나 이후 극장을 찾는 관객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적십자사의 대규모 티켓 입찰에 응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 있다.

대형 멀티플레스 한 관계자는 “극장 입장에서 연간 130만장을 포기하는 건 쉽지 않은 문제”라면서도 “적십자사는 정부 기관 아닌가. 좋은 취지로 하는 것이지만, 콘텐츠에 대한 제값을 지불해야 하는데 너무 ‘후려치기’하는 게 아닌가 싶다. 영화관 업계가 전체적으로 너무 어려운데 출혈경쟁을 하는 게 맞나 싶다”고 토로했다.
올해 낙찰받은 롯데시네마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사실상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취지에 공감해 응했다는 입장이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국민의 헌혈 증진이라는 대의에서 참여하게 됐다. 고객으로서는 평일 영화 관람 혜택이 큰 것은 맞다”고 답했다.
영화계에서는 적십자사가 좋은 취지로 하는 일인 만큼 객단가를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편의점교환권(7800원), 모바일멀티상품권(7600원)은 정가(8000원)에 가깝게 사들이고 있다. 영화 티켓만 유독 싸게 구매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반면 적십자사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한 만큼 티켓 입찰 가격을 올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스포츠서울에 “국가계약법에 따라 계약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있고, 기초금액은 영화 관람권의 과거 입찰 금액 및 계약 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한다. 단순히 가격을 낮추려는 조치가 아니”라며 “올해 사업예산 역시 과거 3년 간 계약금액을 고려한 결정이다. 충분한 근거 없이 예산 증액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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