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재휘.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성당에 강렬한 북소리가 울려 퍼진다.

희미한 촛불 아래, 악령이 점점 더 깊이 파고든다. 한 소년은 간절한 마음으로 견문을 외운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절망에 빠진 아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다.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견문을 외우며 무당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해내는 것.

영화 ‘검은 수녀들’에서 배우 신재휘가 연기한 애동은 사제들과 무당이라는 두 세계의 경계에 서서 희준(문우진 분)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는 인물이다.

신재휘는 서울 마포구 사람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애동 역을 맡기까지 치열한 오디션을 거쳤다. 오디션 중 가장 어려웠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대사가 겨우 두 줄이었다. 근데 감독님이 그걸 잘 외우는 걸 보신 게 아니라, 희준이를 바라보는 감정과 표현력을 중점적으로 보셨다. 견문을 두 장 주시고 외우는 것도 보셨는데, ‘이걸 왜 주시는 거지?’ 싶었다. 단순한 대사 연기가 아니라, 캐릭터의 깊이를 보고 계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극 중 애동의 신기는 완전하지 않다. 실제로 무속에서 ‘애동’이란 신내림을 받은 지 3년 미만의 초보 무당을 의미하는데, 극 중 신재휘의 애동 역시 미숙한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배우 신재휘. 사진|영화 ‘검은 수녀들’

그는 굿을 배우고, 북을 치고, 견문을 외우는 과정을 통해 발전한다. 신재휘 역시 실제 무속인을 찾아가 직접 무속을 배우며 애동과 함께 성장했다.

신재휘는 “애동은 완벽한 무당이 아니다. 스스로도 자신이 무당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하지만 희준을 구하기 위해 점점 더 깊이 빠져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중도 15kg 정도 감량했다. 애동은 연약하고 미숙하지만, 정신적으로는 강한 아이거든요. 겉모습이 그런 느낌을 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극 후반부 애동은 희준을 구하기 위해 마지막 견문을 외운다. 이 장면에서 그는 무당으로서의 미숙함을 극복하고 비로소 ‘진짜 애동’이 된다.

애동이 마지막 순간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연기를 펼칠 수 있었던 데에는 함께 출연한 배우 송혜교의 도움도 컸다.

배우 신재휘.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신재휘는 “처음 송혜교 선배님을 봤을 때, 솔직히 너무 긴장했다. 그런데 선배님이 먼저 다가와 주시고, 현장에서 따뜻하게 대해 주셔서 점점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한 감정 신에서 순간적으로 머뭇거렸는데, 선배님이 눈빛으로 ‘괜찮다’고 신호를 주셨다. 덕분에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너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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