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신비와 경외, 홍일화의 ‘가야의 숲’ 전시 개막
■에코 판타지와 화폭의 만남, 57번째 개인전 열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탐구하는 대형작품 42점 공개
■‘빛이 숨을 쉴 때’의 신비로운 아이 ‘가야’가 이끄는 숲이야기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갤러리마리가 3월 7일부터 4월 11일까지 홍일화 작가의 57번째 개인전 ‘가야의 숲’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20년, 2022년에 이어 갤러리마리에서 열리는 세 번째 개인전으로, 홍 작가가 2024년 12월 출간한 에코 판타지 소설 ‘빛이 숨을 쉴 때’ 이후 처음 선보이는 전시다.
가로 5미터와 9미터에 달하는 대형 작품과 초자연적 서사를 담은 다양한 작품 외에도, 흑백의 대비로 나무와 숲의 신비를 강조한 새로운 <움 Eum> 시리즈 등 총 42점이 전시된다.
홍일화 작가는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다양한 산과 숲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사람과 자연의 공존에 대한 이야기를 화폭에 담아왔다. 그의 이번 전시는 숲이라는 생태학적 야생 공간을 통해 공포와 신비, 그리고 생명의 강인함을 동시에 전하고 있다.
◇‘가야의 숲’, 숲과 인간의 공존을 묻다
이번 전시의 테마이자 소설 속 주인공인 ‘가야’는 대지의 신 ‘가이아(Gaia)’에서 이름을 따왔다. 모든 동물과 식물의 언어를 이해하고, 인간이 쉽게 보지 못하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특별함을 전해주는 존재로 그려진다.
홍 작가는 2019년 제주도 서귀포 안덕면의 곶자왈에서 4개월 동안 머물며 숲 탐방을 시작으로, 제주도와 파주, 고성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룩셈부르크의 숲을 걸었다. 이를 통해 경험한 숲의 신비와 경외감은 이번 전시 작품과 소설의 근간이 되었다.
소설 ‘빛이 숨을 쉴 때’에서 홍일화는 “인간들은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제일 중요한 걸 잊어버렸다”며,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을 잊은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착각을 꼬집었다.
그의 작품 속 숲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거대한 미지의 세계로, 나무의 정령들이 에워싼 듯한 고요와 두려움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척박하지만 찬란한 생명력이 꿈틀대는 숲은, 자연에 대한 존중과 경외심을 담아내고 있다.

◇숲에 천착하는 이유, 홍일화의 지속 가능한 예술
홍일화 작가가 숲을 그리는 이유는 사라져가는 자연에 대한 경고와 존중이다. 그의 작품에서 숲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인내와 보살핌, 공존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는 “인간들은 세상의 중심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대자연의 일부일 뿐”이라며, 자연 속에서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상생의 진리를 작품을 통해 강조하고 있다. 숲을 소재로 한 그의 작품은 인간이 잊어버린 근원적 진실을 일깨우며, 자연의 이야기를 담아내려는 지속적인 예술적 탐구의 일환이다.
홍일화의 ‘숲’은 단순히 생태학적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공포와 신비가 공존하는 미지의 영역이다. 그는 붓질 하나하나에 척박한 생명력과 고요한 공포를 담아내며, 관람객에게 숲의 깊이를 체험하게 한다.
특히, 전시에서 선보이는 ‘움 Eum’ 시리즈는 흑백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나무와 숲의 영적 에너지를 강조한다. 이는 숲에 대한 홍일화의 존경과 경외심을 상징하는 동시에, 관람객들에게 숲의 에너지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홍일화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숲을 지키는 일은 곧 인간을 지키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미지의 숲을 걸으며 발견한 신비와 생명력, 그리고 사라져가는 것을 지키기 위한 그의 예술적 여정은 계속된다.
■작가 소개
홍일화 작가(1974년생)는 2003년 프랑스의 에콜 데 보자르(Ecole des Beaux-Arts)를 졸업하고 국립고등예술조형학 석사를 마친 뒤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2006년 프랑스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한국과 일본, 벨기에, 미국, 룩셈부르크 등에서 56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200여 회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2024년 12월 그의 회화 작업과 맥을 같이하는 첫 번째 소설 『빛이 숨을 쉴 때』를 출간했으며, EBS 『세계테마기행』, 『서양미술기행』 등에 프리젠터로 출연하여 폭넓은 미술 지식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영화 『샤먼 로드』, 『리얼』의 아트 컬래버레이션, 미디어 아트 작품의 제주 아르떼뮤지엄 상영, KCC · 한국미래환경협회와 함께 서울대공원 벽화 제작에 참여하는 등 회화 이외의 분야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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