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광주=김동영 기자] 키움 ‘전체 1순위’ 정현우(19)가 데뷔전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역대 12번째 ‘고졸 신인 데뷔전 선발승’이다. 의미 있는 하루다. 대신 썩 좋지 않은 의미로 ‘진기록’도 남겼다. 투구수가 122개에 달했다.
정현우는 2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5 KBO리그 KIA전에 설발 등판해 5이닝 8안타 7볼넷 4삼진 6실점(4자책)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 키움은 정현우의 역투 속에 타선이 장단 21안타를 터뜨렸다. 최종 스코어 17-10으로 이겼다. 개막 후 첫 승을 신고했다.

정현우 쪽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2025 KBO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자. 계약금안 5억원 받았다. 이날 대망의 데뷔전이다. 5이닝을 먹었고, 승리투수도 됐다. 역대 12번째 고졸 신인 데뷔전 선발승이다. 활짝 웃을 법하다.
문제는 투구수다. 무려 122구다. 역대 고졸 신인 데뷔전 최다 투구수 2위다. 역대 1위가 지난 1991년 4월24일 롯데 김태형이 사직 OB전에서 기록한 135구다. 당시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따냈다.
기존 2위가 NC 김수경 투수코치다. 1998년 4월17일 인천 쌍방울전에서 120구 던졌다. 6.1이닝 3실점 기록했다. 120구 이상은 이 두 명이 전부다. 정현우가 세 번째다. 그리고 역대 2위가 됐다.

다른 이름도 보인다. 삼성 박용준이 1989년 10월4일 대전 빙그레전에서 118개 던졌다. 그리고 류현진이 나온다. 2006년 4월12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해 109구 소화했다.
사실 넘지 않아도 되는 기록이다. 이날 정현우가 아주 빼어난 피칭을 선보인 것도 아니다. 제구가 흔들렸다. 볼넷 7개가 말해준다. 안타도 8개나 맞았다.
3회까지 이미 투구수 77개다. 길게 가지 못할 듯했다. 4회가 끝났을 때 93개. 교체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키움은 5회에도 정현우를 올렸다. 11-4로 점수차가 크게 벌어졌기에 승리투수를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5회가 만만치 않았다. 29개나 던졌다. 투구수는 어느새 100개를 넘어 110구도 초과했다. 속구 스피드는 시속 140㎞ 전후로 형성됐다. 힘이 빠진 듯했다. 기어이 122개까지 던지고 나서야 5이닝을 끝낼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많이 던질 필요가 있었나 싶다. 기대를 한껏 모은 선수이기는 하다. 전체 1순위이기에 더욱 그렇다. 불펜이 상대적으로 부실하기에 선발이 길게 던질 필요가 있다는 점도 이해는 가능하다.
그러나 경기 전 홍원기 감독은 “한 경기일 뿐”이라며 담담히 말했다. 운영은 조금 달랐다. ‘너무 많이 던졌다’는 얘기가 안 나오면 또 이상하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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