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이 1일 타이틀리스트 시티투어밴에서 열린 링스레전드 인피니티 시리즈 출시 쇼케이스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 | 타이틀리스트

[스포츠서울 | 부산=장강훈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들이 이른바 ‘경단녀’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었다. 만만치 않은 조건을 채워야하지만, KLPGA투어와 시니어들이 활약하는 챔피언스투어로 자연스럽게 경력을 이어갈 제도가 탄생했다.

KLPGA는 최근 “오랫동안 KLPGA투어에서 활약한 선수들에게 정규투어에서 활동할 기회를 열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10연속시즌 정규투어 시드를 유지했거나 누적상금 25억원 이상 벌어들인 선수 중 KLPGA투어에 출전하지 않는 선수들을 선발해 현역 복귀 기회를 준다는 의미다.

지난해까지 10연속시즌 정규투어 시드를 확보(K-10클럽) 선수는 총 24명이다. 생애 상금 25억원을 돌파한 선수는 31명. 은퇴했거나 챔피언스투어 출전 자격이 있는 선수를 제외해도 적지 않은 선수가 정규투어 복귀 희망을 품을 수 있다.

은퇴한 유소연이 복귀를 희망하거나, 올시즌 후 시드 걱정을 해야하는 장하나 등도 KLPGA 이사회 심사를 거쳐 자격을 얻으면 정규투어로 돌아올 길이 열린 셈이다.

장하나는 올해가 KLPGA투어 시드 자격유지 마지막 시즌이다. 사진 | KLPGA

KLPGA측은 “K10클럽 가입자나 25억원 이상 선수들 중 성적과 협회 기여도, 인지도 등을 KLPGA 이사회에서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최대 네 명까지 한시즌 정규투어 시드권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회원 중 챔피언스투어 상금랭킹 1위에 오르면 다음시즌엔 정규투어에 풀타임 출전 기회도 준다. 이른바 ‘특별시드’는 당장 2026시즌부터 도입한다.

넓은 의미로 문호를 개방한 건 KLPGA 김상열 회장의 강한 의지 덕분이다. 김 회장은 지난달 20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아이디어 차원인데, 경력이 단절되는 선수들을 위한 제도를 신설하려고 한다. 이사회 등에서 정식으로 논의해야 할 사안이지만, 투어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KLPGA 챔피언스투어에서 맹위를 떨치는 홍진주. 사진 | KLPGA

시니어투어인 KLPGA 챔피언스투어는 만 40세부터 출전할 수 있다. 반면 KLPGA투어는 30대 중반이면 은퇴하는 게 일반적이다. 정규투어에서 은퇴한 뒤 챔피언스투어에 출전하려면, 5~6년가량 공백이 불가피하다.

김 회장은 “베테랑 선수들이 정규투어에서 할 역할은 분명하다. 20대 초반 어린 선수들이 정규투어 주축으로 성장하는 건 드림, 점프투어 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아무래도 어린 선수들은 팬과 교감하고 투어와 소통하는 능력은 경험면에서 약한 게 사실”이라며 “베테랑 선수들이 정규투어를 치르면서 후배들에게 골프 외적인 부분에서 교과서 역할을 하면, 여자골프의 내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열 KLPGA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운영 구상을 밝히고 있다. 사진 | KLPGA

그는 “10대후반 프로에 입문한 뒤 챔피언스투어에 진출할 때까지 경력단절 없이 기량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분명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LPGA투어가 글로벌 투어로 격상하려면, 다양한 연령대가 실력을 겨룰 무대가 활성화해야 한다”는 소신까지 공개했다.

KLPGA가 LPGA를 비롯한 해외투어와 공동주관대회를 개최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수들의 기량향상은 물론, 투어 흥행에도 도움이 된다. 프로 대회가 큰 인기를 얻으면, 저변확대로 이어진다. 인력풀이 넓으면, 국제경쟁력도 자연스레 향상한다.

김상열 회장의 귀환으로 굵직한 긍정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KLPGA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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