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화성=정다워 기자] 흥국생명 통합 우승의 주역, 정윤주(22)의 배구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정윤주는 2024~2025시즌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에서 38%의 공격성공률로 432득점을 기록하며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김연경 대각에 서는 아웃사이드 히터 한자리를 책임지며 꾸준한 활약을 펼쳐 흥국생명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탰다. 국내 선수 중에서는 득점 4위에 해당하는 우수한 공격력을 선보였고, 리시버로서 가능성까지 선보였다.
15일 경기도 화성 롤링힐스 호텔에서 본지와 만난 정윤주는 “배운 게 많은 시즌이었다. 솔직히 힘들기도 했고 버겁기도 했지만, 결국 함께 이뤄냈다는 점에서 기쁨이 컸다”라고 시즌을 돌아봤다.
지난 두 시즌간 출전 기회를 거의 잡지 못했던 정윤주는 비시즌 훈련을 통해 마르첼로 아본단자 전 감독의 마음을 잡았다. 야심 차게 준비한 시즌 첫 경기에서 MVP에 선정되어 방송 인터뷰까지 하게 됐다. 시작이 좋았다.
정윤주는 “많은 경기 중 그 첫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면서 “걱정이 많이 됐다. 내가 주전으로 뛰는 게 가능할까에 대해 스스로 의심했는데 두 자릿수 득점을 하면서 칭찬받고 인정받았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긴 계기”라고 말했다.
득점력 면에서는 박수를 받기에 충분한 활약이었다. 공격에 있어서는 기복이 크지 않았고,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페인트, 연타 등 영리한 플레이도 간혹 선보였다.
정윤주는 “공격은 60점 정도를 주고 싶다”라며 “1년 차 때는 강하게 때리는 데 집중했다. 시즌을 앞두고는 감독님께서 내 공격 패턴이 단순해 상대가 뒤로 무르고 공을 기다린다고 말씀하셔서 페인트 공격을 시도하거나 상대 공격수에게 공을 보내 공격을 차단하는 등의 플레이를 구사하려고 했다. 부족함이 있었지만 단순하게만 생각하지 않고 여러 패턴을 습득했다는 점에서는 좋은 면도 있었던 것 같다”라고 자평했다.
보완할 점은 당연히 수비다. 리시브효율 21%라는 수치는 아웃사이드 히터 입장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정윤주는 “수비는 30점 정도밖에 줄 수 없을 것 같다. 25점이 더 적당해 보인다”라며 웃은 뒤 “아직 많이 부족하다. 언니들이 많이 도와줬지만 시즌 내내 부족함을 느꼈다”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이어 그는 “(김)다은언니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 리시브가 흔들릴 때 들어와서 팀에 도움이 됐다. 내가 못 한 것은 아쉽지만 언니가 있어 든든했다”라고 덧붙였다.


챔피언결정전을 통해 배운 것도 있다. 바로 ‘정신력’이다. 정윤주는 4차전 도중 김연경에게 질타받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아본단자 감독이 정윤주를 위로, 격려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정윤주는 “긴장을 많이 했다. 워낙 큰 무대였다. 연경언니가 꼭 우승하고 떠나야 한다는 생각도 강했다. 그러다 보니 무섭고 소심하게 플레이하게 됐다”라면서 “이번 챔프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다음에 이런 기회가 오면 대범하게, 자신 있게 뛰어야 한다는 마음도 갖게 됐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정윤주는 “감독님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비밀이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자신감을 주는 말을 해주셨다는 것만 밝히겠다”라며 미소 지었다.
정윤주는 세 시즌간 김연경이라는 이상적인 아웃사이드 히터와 함께했다. 선수로서 성장할 절호의 기회였다.
정윤주는 “언니는 공격도, 수비도 100점짜리 선수다. 부족함이 없다. 배구 그 자체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냉정하게 내가 언니처럼 될 수는 없다. 기량, 신체 조건도 다르다”라면서 “80점은 돼야 나를 믿을 것 같다. 나와 키가 비슷한 강소휘언니를 보면서 많이 배우려고 한다”라며 같은 포지션의 강소휘(한국도로공사)를 닮고 싶은 선수로 꼽았다.
흥국생명은 일본 출신의 요시하라 토모코 감독과 새 막을 연다. 일본 지도자인 만큼 기본기, 섬세한 플레이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윤주는 새로운 출발점에 서는 셈이다.
정윤주는 “내 부족함을 채울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것을 또 배우고 싶다. 지난시즌 주전이었다고 계속 내 자리로 여기지 않는다”라면서 “연경언니가 없지만 다음시즌에도 많은 팬 앞에서 배구를 하고 싶다. 여자 배구 인기가 지속되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얘기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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