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여보의 두字엔 사연도 많아 (1970년 3월 8일)
『두 여보 모시고 보름씩 10년』-69년 3월 16일자 「선데이서울」특종기사가 영화화되었다.
『여보』(신봉승(辛奉承)각본·유현목(兪賢穆)감독)란 작품. 한 여자가 두 남편을 모시고 보름씩 10년을 살아온 기구한 여인의 실화인데 이 영화가 개봉되기까지엔 이야기 못지않게 기구한 역정을 겪어야 해서 또한 화제.

우선 「시나리오」심의에서 다섯 차례나 반려를 당했다.
영화 검열에서도 재고(再考) 삼고(三考)끝 다섯차례의 검열을 받았다.
영화 한편 개봉하는데 이처럼 곤란을 받기는 방화사상 기록.
가위질은 심히 받지 않았다고는 해도 어지간히 검열관을 주저케 만든 작품이다.
그만큼 제작자쪽도 속을 태웠다. 2월 28일 개봉날짜까지 이 영화는 상영허가가 나오지 않아서 개봉관에서는 큰 소동이 벌어졌다. 「필름」이 나오지 않아서 다급해진 극장쪽은 몰려든 관객에게 일일이 고개를 숙여야했다.무엇이 이 영화를 이렇게 고경(苦境)에 빠뜨렸나? 이 작품의 문젯점은?
한 여자가 두 남자와 동서(同棲)한다는 점에서 윤이문제가 크게 논의된 것같다. 한 남자가 두 여자와 동서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일처이부(一妻二夫)란 점에서 색다른 문젯거리가 된 것 같다.
사실상 『여보』란 제목부터가 가위질을 당한 삭제작품이다. 제작자 쪽은 당초 「선데이 서울」의 기사제목을 그대로 옮긴 『두 여보』로 영화 제목을 삼았다. 『여보』와 『두 여보』의 「이미지」는 사뭇 딴판인 것이지만 「두」자 하나를 떼어버리면 불륜(不倫)이 배제되는 편리함이 있다. 극히 상식적인 판단이다. 『이런일이 현실 속에서 가능할까?』
작품을 상식적인 기준에서 판단하려는 사고방식이다. 일부이처(一夫二妻)의 소재라면 존재할 수 있지만 일처이부(一妻二夫)는 용납 안된다는 한국적 현실에 바탕을 둔 사고방식. 전자라면 방화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미워도 다시한번』등 전형적인 「멜로·드라머」가 있고 검열관들도 신경을 쓰지 않을만큼 대범하게 받아들여졌다. 이 문제를 사회적 측면으로 따져 본다면 한국은 아직도 남성본위(男性本位)의 봉건사상에 젖어있다는 증거도 됭 수 있다.
그러나 『여보』 의 소재를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더라도 실존하고 있는 실화다.영화속에서는 현존하고있는 얘기가 아니라 반세기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일종의 전설처럼 그 배경을 바꿔놓았다. 상식 또는 현실성(現實性)이 문제가 되자 슬쩍 시대 배경을 바꿔 도피의 길을 만든 것 같다.
『두 여보』의 주인공 김춘자(金春子)씨(가명 35·영화속에서는 문 희(文 姬))는 경남(慶南)통영(統營)군의 어느 산간마을에서 10년동안 두 남편을 섬겨왔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를 부도덕하다고 욕할 것이 뻔하다.
그러나 그녀는 두사람의 남편을 섬겨야 하는 사랑과 동정심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의 남편도 똑같이 김여인을 소유할 권리와 자격이 부여돼 있다.
이 희귀한 얘기를 좀더 상세히 살펴보자. 두 남자는 41세의 朴모씨(영화속에서는 김진규(金振奎))와 38세의 崔모씨(김성옥(金聲玉) 분(扮)). 직업이 뱀잡이, 즉 땅꾼이다.
김여인의 아버지가 땅꾼이 었고 두 사나이는 김여인의 아버지를 따라 다니면서 뱀잡이를 배운 「제자」 들이다. 김여인은 20게 때 두 사람중 나이가 위인 박씨에게 시집을 갔다.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결혼생활이 1년.
1년이 지난 뒤 기구한 운명의 씨가 뿌려졌다. 박씨는 얼굴이 일그러지고 손가락이 굽어지는 무서운 병에 걸리게 됐고 난치병이란 굴레가 씌워졌다.
그래서 박씨는 말없이 집을 떠났고 3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남편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김여인은 최씨와 재혼을 했다. 최씨 역시 남몰래 김여인을 사랑했던 터 두사람 사이엔 2년 동안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펼쳐졌다.
그런데 이 2년후에 옛 남편이 돌아왔다. 집을 나간지 5년동안 외딴 섬에서 병을 고치고 그리운 아내를 찾아 집에 돌아온 것.
여기서 복잡한 문제가 일어났다. 김여인은 돌아온 남편을 버릴 수 없다고 나섰고 최씨 또한 김여인을 양보할 수 없다고 버티었다.
공서(共棲)생활이 결정된 건 김여인의 아버지가 주재한 가족회의에서다. 어느 쪽도 배반 할 수 없는 의리와 사랑. 그래서 한 남자가 보름씩 김여인과 교대 근무한다는 결정이 내려졌고 이 약속은 10년니 지난 지금까지 그대로 지켜지고 있다는 것.
세상의 이목이 두려운 이들의 공서(共棲)생활은 인적이 드문 외딴 산골짜기에서 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이들은 그들의 얘기가 영화화 했다는 소식에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짓더라는 것. 제작사쪽은 『쌀가마니라도 보태 줘야겠다』고 선심을 보이기도 했다. 문명사회에서는 자칫 추악한 애기로 타락할 소재다. 그러나 그들의 생활 그대로 원시적인 생활 무대위에 설정 된 영화는 신비감마저 준다는 것. 남녀의 애정에관한 자세가 차라리 순수성을 보여준다는 평판이다.
「뱀잡이」를 산삼 캐는 사람들로 바꿔놓은 것도 큰 작용을 하는 것 같다. 영화속의 두 남자는 영감(靈感)에 의해 생활하는 자연의 일부분이다. 아버지(황해(黃海))는 두 사위에게 과욕(寡慾)을 가르친다. 욕심은 멸망을 낳는다는 교훈. 욕심이 없기 때문에 두 남자가 한 여자를 공정하게 공유(共有)할 수 있는지 모른다.
어쨌든 추악, 부도덕한 얘기가 될 것 같은 소재가 신비감마저 풍기는 문제작으로 등장했다.
<서울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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