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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의 복귀한 이창동 감독, 여전히 긴 머리를 고수하고 있다.
물론 이 감독은 24일 압구정 CGV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렇게 시간이 흐른줄 몰랐다. 나에게만 시간이 빨리 흐른 것 같다”고 방싯했지만, 8년의 공백은 짧지 않다.
그런 이 감독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1983)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들고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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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창동은 나이 마흔이 넘어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그리고 5편의 장편영화로 한국영화계의 거장이 되었다. 또한 ‘밀양’과 ‘시’로 칸느 무대에 오르며 세계적 감독의 자리에도 올랐다. 참여정부에선 첫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했다.
작가이며 감독인 그는 왜 무라카미 하루키를 선택했을까. 분신과도 같은 자신의 작품이 있으며, 새 시나리오를 쓸 여지도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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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닝’의 원작인 단편 ‘헛간을 태우다’는 매우 잘 알려진 작가의 덜 알려진 작품이다. 이 감독은 영화와 소설사이에 그동안 쌓인 고민의 ‘연결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작품 외적인 계기가 있었다. 하루키의 짧은 소설을 읽었을 때, 그 소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 이야기의 줄기가 영화 ‘시’ 이후 고민했던 문제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었다. 그래서 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이창동 감독은 2010년작 ‘시’를 통해 사회적 죄의식과 기억의 의미에 대해 질문했다. 짧은 한 줄의 글에서도 영감은 떠오른다. 이 감독은 하루키의 글에서 그 후 이어진 고민의 교집합을 확인 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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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화와 소설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하루키의 단편을 내 것으로 가져왔을 때는, 그 다음부터는 내 영화속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누구의 작품이든 그건 독자적으로 두어야 한다. 나는 나대로 감독으로 영화적 고민과 함께 작업했다”이 감독의 설명처럼 영화 ‘버닝’은 원작의 소재를 가져왔지만, 등장인물과 성격, 스토리에 변화를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우에게 캐릭터 창조의 권한을 주는 연출스타일에 따른 변화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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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 간담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감독과 배우 모두 입을 맞춘 듯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이 감독은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을거 같지만, 지금은 이 정도로 할 수 있을거 같다”라고 했다.
소설에서 헛간은 불필요한 존재처럼 태워진다. 존재했던 것은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사라진다. 하루키의 작품을 통해, 이 감독이 고민했던 연결점의 실체는 개봉과 함께 다시 도마에 오를 것이다.
영화 ‘버닝’은 5월 8일 칸 영화제 무대에서 최초 공개된다. 국내개봉은 5월 17일이다.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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