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SS포토] \'퇴장 명령\' SK 이대수가 남긴 외마디...\'Fxxx Yxx\'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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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사진은 SK의 모 선수가 지난해 4월 삼성과의 경기에서 판정과 관련해 격하게 항의하는 모습이다. 그는 퇴장명령으로 덕아웃으로 나가며 그라운드를 향해 욕설을 내뱉았다.

체계적으로 정비되어 있는 스포츠서울 DB를 검색하니 그의 사진이 가장 먼저 검색됐다. 적나라한 입모양. 누구나 욕을 할 수 있기에 그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포토] 구자욱, 다시 리드 잡는 적시타
구자욱. 수원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실은, 지난 8일 어버이날 열린 삼성-KT전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화려하게 귀환한 구자욱의 사진을 글머리에 쓰고 싶었다. 그는 이날 딱 한차례 헛스윙 삼진을 당했지만, 3안타를 몰아치며 팀의 9-4 승리를 맨앞에서 이끌었다.

구자욱은 잘생긴 외모와 달리 엄청난 승부욕으로 똘똘 뭉쳐있는 선수. 헛스윙 후 그의 입에서는 “C8”이라는 욕설이 튀어나왔다. 순간적이라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 다만 ‘잘생긴 선수도 욕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포토]kt, 뒤집어야 할텐데

프로야구 선수는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공인’이다. 특히 그라운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집중해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카메라가 일거수일투족을 쫓고 있다. 그래서 선수가 욕을 하면, 들리지 않아도 입 모양만 봐도 알 수 있다. 들리지 않아도 들리는 느낌이랄까.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향해 “욕을 하지 마라”고 하지만, 프로야구 선수들도 감정을 가진 사람이다. 감정을 자제하다가도 욱하면 자칫 욕설이 삐져 나올 수 있다.

욕설도 종류가 여러가지다. 지나친 승부욕에 의해 튀어나오는 욕이 있고 상대가 아닌 스스로에게 하는 자책의 욕지거리도 있다.

[SS포토]말다툼 끝에 벤치클링어링 벌이는 LG와 두산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프로야구 LG와 두산의 경기 9회초 1사 2루 타석에 들어선 두산 오재원과 LG 포수 최경철이 말다툼을 벌이자 양쪽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에 뛰어나오며 벤치클리어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014. 7. 9.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나는 프로선수들에게 “욕하지 마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그들의 실상은 육체 노동자보다 되레 감정 노동자에 가깝다. 해소할 대상이 필요하다. 감정을 쌓아놓기만 하면 나중에 더 크게 폭발할 위험성만 높인다. 감독도 마찬가지. 심판 판정에 흥분한 모 감독은 감독실에서 욕을 하며 방망이로 테이블을 박살내기도 했다.

그들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욕을 하더라도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하자는 것 뿐.

대표적인 욕 ‘C8’은 줄임말이다. 본래는 ‘네 어미랑 X을 할 놈’이라고 한다.

‘근친상간’

풀어 설명하면 ‘네 어미를 범하는 호로 자식 중의 호로 자식’이라는 뜻. 니미C8과 니미럴은 그 변형이다.

카림 가르시아

외국 선수들도 욕을 한다. 국내 프로야구 무대에서 뛰는 투수의 경우, 홈런 맞고 강판당해 덕아웃에 돌아오면 갑자기 시끄러워진다. “FXXX”이라는 욕설과 함께 글러브를 집어던지기 일쑤. 삼진 당한 타자는 방망이를 부수고 문을 발로 차기도 한다. 이때 욕은 기본이다.

그들의 대표적인 욕설, ‘FXXX’도 성교를 뜻하기에 어원을 타고 올라가면 ‘C8’과 근본적으로 같다.

여자배구
김연경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나징유 경기장에서 진행된 2016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8강 네덜란드전 3세트에서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야구 뿐 아니라 다른 종목 선수들도 욕을 ‘애용’한다. 배구선수 김연경의 별명은 ‘식빵언니’다. 경기중 욕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잡히며 졸지에 그렇게 됐다. 그후 그녀는 모 방송에서 “식빵이나 이런 걸 해줘야지 성질이 올라와 경기력에 도움이 된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 외 종목으로는, 몇 년 전에 20세 이하 국가대표 청소년대표팀 경기를 취재하러 간 적이 있다. 모로코와의 친선경기였는데, 태극전사들은 맹렬하게 상대 문전을 공략했고 젊은 혈기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런데 갓맑은 기개와 달리 어린 선수들의 입에서는 험한 욕이 쏟아졌다. 태클을 당하거나 슛이 빗나가면 어김없이 나오는 식빵들 때문에 조금 놀란 기억이 있다.

김연아
김연아가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여자 싱글 프리 경기를 마친 후 석연찮은 판정으로 은메달에 그쳤다. 경기 직후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14.02.20. 소치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그런데 피겨 김연아가 점프시도를 하다 실수한다고 해서 욕하지 않는다. 빙속 이상화도 마찬가지. 역도 장미란도 실패했다고 역기를 던지며 욕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이승엽도 선수시절 욕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그러고 보면 욕은 결국 ‘습관’의 문제다.

욕이라는 게 건전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다. 그래서 가급적 줄여야 한다. 그래도 욕지거리를 해야 한다면 그 의미를 인식하고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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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밝혔듯이 ‘C8’은 자신에게 생명을 준 어미와의 근친상간을 뜻한다.

척추동물 중에서는 벌거숭이 두더지쥐와 같은 극소수의 동물만 모자간에 교미해 자식을 생산한다.

‘C8’은 인간보다 두더지쥐에 어울린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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