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김수미, 수미네 반찬으로 만날께요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밥심으로 사는 한국 어머니의 대명사, 김수미 선생이 백 여명이 넘는 취재진에게 말했다.

“직접 드셔보시고, 맛 없으면 맛 없다고 쓰세요!”
[포토]수미네반찬, 6일 시작합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1일 오후에 tvN ‘수미네반찬’ 제작발표회가 열렸는데, 이 프로그램은 전대미문의 ‘반찬 전문’ 요리예능이다. 연예계 최고의 요리실력을 자랑하는 김수미가 한국고유의 반찬을 전파하는 전령사로 나온다.

“본인은 무면허 요리사”라고 손사래 치지만, 김수미가 전문셰프인 여경래, 최현석, 미카엘에게 한국 전통 반찬을 전수하는 과정이 전파를 탄다.

[포토]수미네반찬, 수미 등장

문태주 PD는 전문 셰프들을 김수미의 제자로 섭외한 이유에 대해 “한식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분들이 나을거 같아 모셨다”라고 밝히며 “김수미 선생님은 레시피가 없다. 요만큼, 조만큼 하면 셰프들이 다 알아듣더라”고 하며 현장분위기를 설명했다.

최현석 셰프는 “우리는 0.5g도 측량해서 쓰는데, 선생님은 안그렇더라. 그래서 우리 3명이 따라 만드는데도 그 맛이 다 달랐다. 그리고 우리는 요리사라 손이 빠른데 선생님은 더 빠르시더라”고 하며 혀를 내둘렀다.

[포토]수미네반찬, 수미 등장

그건 그렇고, 제작발표회가 끝난 뒤, “맛 없으면 맛 없다고 쓰세요”라고 한 ‘김수미표’ 도시락을 받았다.

안그래도 점심을 건너뛰어 배가 고팠는데 감사할 따름. 하지만 냉정하게 맛 감정에 들어가 보기로 한다.

[포토]수미네반찬, 수미 등장

김수미 선생이 “6000원 주고 산 것”이라며 “절대 버리지 말고 씻어서 또 쓰세요”라고 강조한 도시락을 개봉했다.

‘냄기면 죽어!!’

살가운(?) 문구가 기자를 활짝 반긴다. 그 아래 반찬 3가지가 가지런하다. 반찬통 밑에는 정성스런 잡곡밥이 들어 있다.

[포토]수미네반찬, 수미 등장

3가지 반찬 중 가운데 있는 풀치(작은갈치)조림을 먼저 먹었다.

이유가 있다. 이날 김수미 선생은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김수미의 음식을 찾는가?”에 대한 답을 하며 자신의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곳에 풀치조림이 있었다.

사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살짝 눈물이 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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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행복한 시절은 어린 시절 엄마가 해준 음식을 먹을때였어요. 특히 저녁밥상. 우리 가족은 꽃이 많은 피어있는 마당의 평상에 앉아 저녁을 먹었어요. 농사짓는 부모님과 5남매. 우리는 가난했죠. 그래서 엄마는 푸성귀 같은걸 이용해 어떻게 하면 반찬수를 늘릴까 고민하셨어요.”“엄마는 생선장수들이 버리는 갈치, 너무 가늘어 버리는 그 갈치도 말려서 풋고추를 넣고 조렸어요. 우리는 그 음식을 평상에 빙 둘러앉아 먹었습니다. 나팔꽃이 담벼락으로 올라오는 그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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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으로 풀치조림을 집었다. 짙은 갈색의 작은 갈치. 간장맛이 배어있는 풀치는 살부드러웠다. 몇 번 씹지 않았는데 풀어지며 목을 타고 넘어가버린다. 짙은 색에 비해 간은 강하지 않고 담담하다.

기자에게 김수미 선생과 같은 어린시절의 경험은 없지만, 혀끝으로 감지되는 맛이 시간을 과거로 돌리는 듯 하다. 이것이 김수미 선생이 늘 맡고 자란 군산 앞바다의 향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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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배추조림. “음~~” 나로 모르게 감탄사가 나왔다. 풀치조림으로 느슨해진 미각이 단단하게 조여진다. 아삭하게 씹히며 혀를 긴장시킨다. 밥을 부르는 맛. 마지막으로 갓김치를 집었다. 혀끝으로 몰려오는 알싸함.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그러나 허겁지겁 서두르지 않고 인내심을 발휘했다. 다시 밥으로 입 속을 안정시킨 다음에 3가지 반찬을 다시 하나씩 천천히 음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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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마술사였어요. 가마솥을 열면 호박잎이 쪄있고 계란찜도 있었어요. 우리 밥상은 반찬이 넘쳤답니다. 그 시절이 가장 그리워요. 내가 첫 아이를 가지고 입덧이 너무 심했는데, 18살 때 돌아가신 엄마의 음식이 너무 먹고 싶었어요. 엄마가 해준 겉절이 하나만 먹으면 입덧이 멈출것만 같았거든요.”

김수미 선생이 계속 음식을 만드는 이유는 결국 ‘엄마’였다.

“내가 자꾸 부엌에 들어가는건 엄마를 찾고 싶은 그리움 때문인거 같습니다.”“엄마는 겨울날 보따리 장수들이 지나가면 불러 밥을 먹이셨는데, 나도 손이 큰 편이죠. 김치 같은 음식도 많이 담는데요. 우리 세식구 먹을거 말고는 다 나눠줘요. 그래서 싸가지고 나오는거죠. 나도 이제 70이에요. 그래도 아직 기운있을 때 한가지라도 더 전해주고 싶습니다.”
[포토]수미네반찬, 수미 등장

이날 기자는 60년 경력의 손맛을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가졌다. 감사한 마음으로 먹었다. 그리고 맛을 평가하겠다고 한 말은 취소다.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어떻게 평가하리...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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